한미 증시 '동반상승' 얼마나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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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오르기 시작한 주가는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을 사고, 코스닥 시장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주가 왜 오르나=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5% 이상, 코스닥지수는 10% 이상 올랐다. 얼마 전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서 종합주가지수가 400선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던 것과는 딴 판이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에서 소비심리나 투자지표가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고, 국내외 증시에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3.8로 전달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국내 증시에서도 '대미 수출 증가→기업이익 증가→주가 상승'의 선순환 과정을 거칠 것이란 기대감을 낳았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1분기 국내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4분기보다는 늘었다"며 "2~3분기 실적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착시현상 주의=경기 회복 기대는 '심리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물경제 지표는 여전히 나쁘기 때문이다. 미국의 4월 내구재 주문량은 전달보다 2.4% 감소했고, 국내 4월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1.9% 떨어졌다.

대신증권 金실장은 "5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미국 채권수익률도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기업이익이 늘면서 주가도 올랐지만 이는 달러화 약세의 덕을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장비회사인 디어의 경우 올 1분기 주당순이익(1달러) 중 8센트가 환차익에서 나왔다. 기업분석회사인 ISI에 따르면 S&P 500 기업(에너지 업종 제외)의 매출은 올 1분기에 7% 늘었지만, 이 중 4분의1은 환차익이었다.

한.미 증시 동조화 약해질 듯=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들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미국 경제가 회복해 뉴욕증시가 계속 올라도 국내 증시가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달러가 약세일 경우 손해를 보는 삼성물산 등 10개사의 주가는 최근 오름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상승 탄력이 떨어졌다.

특히 달러화에 연동된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지 않는 한 한.미 주가가 함께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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