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궁사들 줄지어 시집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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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LA올림픽에서 대성과를 올렸던 한국여자양궁의 주역들이 차례로 결혼, 현역을 떠난다.
첫주자는 황숙주 (24·토지개발공사). 70년 후반부터 불모지 한국여자양궁의 기수로 나서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황은 비록 후배인 김진호의 그늘에 가려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김진호의 언니」로 불림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10대 신예들의 성장이 두드러져 이들의 기세에 밀리기 시작한 황은 은퇴를 결심하고 27일 김두규씨와 화촉을 밝혔다.
다음은 김미영 (24·인천시청)의 차례.
상대는 LA올림픽 남자핸드볼팀의 수문장을 맡았던 임규하(27)선수로 이들은 오는 11월 18일로 결혼날짜를 잡아 놓고 있다. 또 한쌍의 「태릉선수촌커플」이 탄생하는 셈이다.
김의 뜻은 결혼후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것이고 부군이 될 임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언제까지 현역에 머무를 지는 미지수.
24 동갑나기인 황숙주·김미영·박영숙 (현대중공업) 트리오중 홀로 남게된 것은 박영숙.
LA올림픽 출전전부터 혼담이 오고갔던 박은 요즘 들어 더욱 열심히 신랑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측근에서는 박의 결혼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다음의 초점은 김진호(23·현대중공업). LA올림픽금메달을 후배 서향순에게 넘겨주었던 김진호는 다음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재기의 결의를 밝힌바 있지만 아무래도 허전한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가장 가까운 친구인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22·동아대조교)와의 사이를 관심깊게 주목하고 있다. 여러해 동안을 선수촌에서만 지내온 김진호가 그의 고뇌를 후련하게 털어놓을 친구도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등학교때부터 시작된 이들의 교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존심이 강한 김의 성격으로 보아 적어도 86년아시안게임때까지는 결혼을 유보하지 않겠는가 하는게 주변의 추측이다.
이것은 양궁관계자들의 바람인지도 모른다.<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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