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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제의 뿌리치고, 월봉 90만원 선택한 후지카와 큐지

중앙일보

입력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된 오른손 투수 후지카와 규지(35)가 일본 독립리그인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플러스의 고치 파이팅독스에 입단한다. 후지카와는 지난 1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고치 입단 사실을 알렸다. 고치 구단도 홈페이지를 통해 후지카와의 입단을 공식 확인했다.

후지카와가 먼저 고치 입단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은 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일본 독립구단에 곧바로 입단한 사례는 아직 없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팬들의 전화가 고치 구단 사무실로 쏟아졌고,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다운되기도 했다.

후지카와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다. 오승환(33·한신)이 입단하기 이전 '한신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한신에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42승 25패 220세이브,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했다. 2009년과 2011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 출전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전성기 시절 후지카와는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직구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었다. 회전이 많이 걸리면서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직구는 '변화구 직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고, 위력적이었다.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미국 진출에 성공했지만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오른 팔꿈치 인대 수술로 12경기에 나와 2세이브,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이듬해에도 15경기에서 13이닝을 던졌다. 지난 시즌 후 1년 단기 계약을 맺고 텍사스에 입단했지만, 시즌 초반 오른 다리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지난달 18일 지명할당됐고, 24일 결국 방출됐다.

그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자 전 소속팀 한신은 발 빠르게 영입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의 구단들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 매체들은 연일 후지카와의 소식을 전하며, 그의 한신 입단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달 25일에는 대리인을 통해 한신과 접촉한 후 조건 제시까지 받았다. 그러나 후지카와는 자신과 아내의 고향인 고치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후지카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래의 슈퍼 스타가 될 기회를 가진 아이들에게 내가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며 “나를 응원해 주고 키워준 사람들이 있는 고치에서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입단 기자회견은 8일 열릴 예정이다. 팀 합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입단 조건도 조율해야 한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산케이스포츠는 고치 구단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후지카와가 무급으로 입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독립리그에서는 경기장 이동을 모두 대형 버스로 한다. 대부분 당일치기 일정이다. 경기 전 식사는 선수들이 각자 편의점에서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싸 와야 한다"며 "연봉은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월 10만엔(약 89만원)정도다. 비시즌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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