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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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더욱 유정하고 유감해 진다.
그간 가을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고 있어 금주에 한데 묶어 본다.
『가을 잎새들(Ⅱ)』은 동양 정신인 자연과의 조화 사상을 바탕으로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무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단풍에 끌려 다가서는 길손과 인간을 가슴으로 맞는 나무의 유정함이 의인화의 수법에 의하여 인간과 자연의 교감상이 잘 표현되고 있다.
『오색 깃발』과 같은 흔한 어구가 걸리기는 하나 파란 하늘과의 색감적인 대조와 한잎 한잎 날리는 잎새로서 능동적인 가을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흔히 떨어지기 쉬운 감상을 잘 극복한 좋은 시조라 하겠다.
『영추』는 여름 그 지난날들의 먼지를 깨끗이 털고 가을의 청명함과 같이 청정무구한 마음으로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고픈 자부와 바람이 무난한 표현을 얻고있다.
『초추』는 몇편중 하나뽑아본 것이다. 가을 서정과 그에 합당한 언어들이 동원되고 있으며 시조의 음률도 잘 지켜져 있다. 그러나 전체의 작품을 한편으로 모았더라면 깊은 시상도 엿볼수 있어 좋았을것 같다.
『코스모스』는 흔한 소재를 선택하고 있으나 다 비워낸 마음자리에 가을이미지를 깔끔하게 떠올리고 있으며,『수확』은 언어의 구사에 힘들임 없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시조다. 가을의 현상과 수확의 계절이라는 피상적 관념과 무엇을 거두는가의 자아의 인식상황이 대치됨으로써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끝으로 졸시 일편.
춥고 가난 스런/바람손을 놓고
한잎 한잎/어제의/꽃잎이 떨어진다.
진실한/빛깔로 타던/그 하늘은/지금, 침묵
한 모금 물/찾던 눈감기고/너무나 조용한 지상
무수히 내려 쌓이는/멀어져 간 전설은
고독이 띄우는/아픈/웃음의 음성이었다

<지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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