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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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람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오색 깃발
지나는 길손 하나
가슴까지 불러 놓고
파랗게
열린 하늘을
단음조로 날린다.

<영추>
이행자<경남 진주시 수정동33의7>
지난 여름 묻은 먼지
갈바람에 씻어내고
밤들자 귀뚜리는
내 혼도 깨워놓고
세속에
묻혀 살아도
마음만은 청정하네.

<코스모스>
이종훈<경남 울산시 일산동 536의23>
구름 한 점 걷어내면
다 비치는 여린 가슴
소슬 바람 부는 곁에
바래어 선 그 몸짓은
마음을 다 비워내고
하늘 끝에 피는 미소.

<초추>
김소윤<서울 성동구 중곡동l04의69>
따가운 불볕에
대추볼은 물들고
스치는 바람결에도
가을은 숨었는데
풀벌레 찾은 울음소리에
마음은 더 설렌다.

<수확>
박재룡<충남 아산군 온양면 온천리7구149의35>
그렇지는 않더라도
공들여 익혔다가
어느 한 밤에 갈까마귀
씨까지 다 파내 먹고
빈가지 찬 아침 이술에
떨고 있지나 않을까.
저 하늘 높기만한데
내 감히 열수가 없고
대지는 드넓어서
끝간 곳을 모르네.
가을은 거두리라는데
무엇을 거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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