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권 주택시장에 볕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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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서울 서부권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강서·영등포·양천구 등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은 그간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도심·강남권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돼 동쪽과 서쪽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영향이다.

성동구 등 동부권이 2000년 중반 이후 서울숲을 중심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대규모 업무시설이 조성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주택시장에 활기가 돌았지만 서부권은 잠잠했다.

이런 서부권 주택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 확 달라지고 있다.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비 올 4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양천구(106%), 강서구(98%), 영등포구(89%), 구로구(71%) 등지가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이들 지역의 거래량을 따져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양천구 아파트값은 0.41%, 강서구 0.54%, 구로구 0.97% 상승했다. 올 들어서는 강서구(1.05%), 구로구(1.42%) 등지가 서울 평균(0.94%)을 웃돌았다.

이들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크고 작은 호재가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호재는 마곡지구 개발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서 서부권 주택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마곡지구 업무시설엔 LG·롯데·코오롱·대우조선해양·이랜드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60여 개 업체가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이다. 서울시는 유동인구가 100만명이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마곡지구 개발에다 목동 재건축 기대 호재

여기에 강서구는 김포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 물류센터·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 등 2만 여 명이 근무하는 시설을 품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이 배후 주거수요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얼마 남지 않은 뉴타운(방화뉴타운) 개발도 진행 중이다.

양천구는 사실 서부권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목동이 있다. 그간 쉬워진 수능, 자사고 등 영향으로 학군 파워가 떨어지며 힘을 잃었지만 재건축 규제가 잇달아 풀리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어들면서 대거 수혜를 입기 때문이다.

목동 1~14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117~165%선으로 낮은 편이라 사업성이 괜찮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랜만에 교통 호재도 있다. 서울시는 올 6월 제물포길 지하터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양천구 신월나들목구간에서 여의도동을 잇는 제물포길에 지하터널을 뚫고 지상은 공원화하는 계획이다. 교통 정체 해소가 기대된다.

영등포는 4년 전 타임스퀘어가 문을 열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마땅한 쇼핑시설이 없던 지역에 대규모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늘었다. 여기에 강남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하철 9호선이 완전 개통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가 잇달아 들어선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울에서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영등포구 5곳으로, 전체 물량의 25%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서울 도심보다 집값·전셋값이 30% 이상 싼 데다 각종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개발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철 노선이 생기고 크고 작은 길이 뚫리면서 대중교통여건이 좋아지고 있어 출퇴근 여건만 맞는다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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