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재개발 사업 구원투수, 리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서울시는 최근 사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245곳의 뉴타운 재개발구역을 해제했다. 재개발구역에서 풀리면 그동안 금지됐던 건물 신축이나 대대적인 수선공사와 같은 건축 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얼핏보면 재산권 제한이 풀려 참 다행인 것처럼 보인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재개발사업이 이런 처지가 돼 버렸다. 재개발을 둘러싼 애환은 한도없다. 재개발을 한답시고 조합측에서 쓴 돈은 수없이 많다. 재개발을 하게 되면 개발이익에서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순전히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재개발도 안되는 마당에 이 비용을 누가 내겠는가. 전진도 후퇴도 할 수없는 궁지에 빠진 재개발 조합이 수두룩하다.

 강북권은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가 3.3㎡당 1400만~1500만원은 돼야 사업성이 있으나 시장 분위기상 그 가격을 받기가 어렵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너무 비싸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분양이 제대로 안되면 건설사가 붙지 않아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울시는 재산권 행사라도 가능하게 해제 조치를 내렸는지 모른다.

 벼랑끝에 내몰린 재개발 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나왔다. SH공사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사업 채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었다. SH공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모집해 ‘서울리츠(가칭)’를 만들어 이를 사업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 자금으로 공사비 등을 미리 지불함으로써 비용을 20~30% 줄일 수 있게 된다. 사업비용이 줄어 채산성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에 배당하는 수익금은 조합원분이 아닌 일반 분양분을 임대주택으로 만들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를 배당하는 방식이다. 투자기간 5년에 연 수익률은 5% 선으로 잡고 있다. 5년후 임대주택을 매각해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도 돌려준다. SH공사측은 이 정도 배당률이라면 투자금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동대문구 제기4구역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이 지역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이미 3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 재개발이 안될 경우 조합원은 이 돈을 현대측에 물어줘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주민부담이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리츠를 활용할 경우 공사비가 3.3㎡당 종전 375만원에서 330만원 이하로 낮아진다. 분양분이 없어 견본주택 관련 비용은 물론 광고·홍보비도 안든다. 이런 식으로 절약되는 금액은 전체 사업비의 27% 정도다. 개발이익이 43% 가량 늘어나 사업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앞으로 리츠 모델이 성공을 할 경우 강북권 재개발은 물론 각종 개발사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 같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