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논란 불러온 '최후의 만찬' 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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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식사 자리에서의 기념 사진이었다. 7명의 동석자들이 모두 밝게 웃었다.

영국의 석간지 이브닝스탠다드는 이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면서 ‘최후의 만찬’이란 제목을 달았다.

실제 그랬다. 랭카스터에 사는 사업가인 제프리 스펙터(54)는 16시간 뒤인 22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디그니타스 병원에서 숨졌다. 병원이 제공한 다량의 수면제를 삼켰다. 안락사였다. 그에 앞서 마지막으로 지인과 친구들과 함께 만찬을 한 것이다.

그는 숨지기 전 촬영한 동영상에서 “내 병이 한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느끼고 있고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명료한 마음으로 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6년 간 암으로 투병했다. 의사들을 찾아 다녔으나 대부분 의사들로부터 치료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차례 수술했으나 실패했다. 언제든 전신마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인들은 ‘시한폭탄’이라고 묘사했다.

대개의 경우 사실상 죽음을 앞두고 안락사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는 전신마비로 인해 서서히 숨져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베스트셀러인 『미 비포 유』 속의 주인공과 유사한 상황이다.

부인과 세 딸도 결국엔 그의 선택에 동의한 듯하다. 영국 내에서 논란이 일자 그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을 때 그는 위엄 있게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뚜렷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 비탄하면서 그를 그리워하지만 그가 생의 마지막 몇 주 동안 마주했던 공포로부터 떠나 자유로워졌다는 걸 안다”며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에선 1961년 자살방지법을 통해 안락사를 하거나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금지했다. 스펙터처럼 안락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디그니타스 병원을 찾는다. 98년 취리히에 설립됐으며 지금껏 1000명 이상 안락사 도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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