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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신화 팬택, 결국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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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상암동의 팬택 사옥. [중앙포토]

법정관리 상태인 팬택이 스스로 ‘기업회생절차’를 끝내겠다고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 누적된 매각 불발과 1조원이 넘는 빚 부담을 넘지 못한 ‘포기 선언’인 셈이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26일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월급을 자진 반납하고 휴직을 실시하는 등 지난 10개월간 최선을 다했지만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더 이상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 주주와 채권단 및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회생절차 폐지 신청서를 받은 서울중앙지법은 곧바로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박원철 공보판사는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할 예정”이라며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이견이 없을 경우 2주 뒤 팬택 청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이 스스로 회생절차는 포기했지만 팬택의 생사 결정은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2주 뒤 법원이 공식적으로 팬택에 대한 회생절차의 폐지를 결정하면 팬택은 이후 ‘빚잔치’로 불리는 청산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팬택은 이번 회생절차 폐지 신청에 대해 “그간 사랑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준 고객들께 감사드리며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 제품을 사용해준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하겠다”는 설명도 더했다.

 지난 1991년 박병엽(53) 전 부회장이 일군 팬택은 무선호출기 ‘삐삐’로 성장해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웠다. 세계 7위 휴대폰 제조사까지 올랐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세가 줄기 시작했다. 한 차례 워크아웃 돌입하고도 2011년 부활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8월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이후 법원은 회생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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