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벽화 봉사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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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지난 16일 토요일 오후 2시쯤이었다. 논현동 논현초등학교를 찾았다. 정확히 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학교 담벼락이었다. 한낮 햇볕은 뜨거웠다. 시기보다 이른 더위였다.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30여 명은 담에 벽화 그리는 일에 한창이었다. 이선경(25)씨는 동여 묶은 머리를 하고 토시와 면장갑을 낀 채 노란색 나뭇잎을 그리고 있었다. 장갑과 앞치마는 물감으로 얼룩져 있었다. 미대생인가 싶었는데 국문학과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본 적이 있는데 벽화가 그려진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저도 이런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죠.” 이씨는 서울대에 다닌다. 이번 학기에 1학점짜리 ‘사회봉사’ 수업을 듣는다. 봉사 항목 중에 ‘벽화 그리기’를 보고 참여했다. 작업은 하루 전인 15일에 시작했다. 전날은 담벼락에 바탕색 입히는 일을 했다. 16일 오전 9시부터는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했다. 그가 벽화 그리기 봉사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연희동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도 벽화를 그렸다.

 그의 취미는 ‘크로키(움직이는 동물·사람의 형태를 빠르게 그린 그림)’다. “제가 문화 예술 쪽 이거저거에 관심이 많아요(웃음). 학교에서 작곡·영화·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었고 소묘·디자인 강의도 신청해 들었죠.” 졸업할 때 필요한 봉사활동 시간 채우려고 억지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국문학과는 봉사활동 시간이 졸업 필수 사항이 아니란다.

 “제 손으로 무언가를 해 이곳을 지나다니는 주민·학생들이 즐거워하고 동네 분위기도 산다면 매우 뿌듯할 거 같아요. 사실 벽화 그리기는 미대생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요. 저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죠. 아, 이런 얘기 하니까 낯간지럽네요. 하하.”

강남구는 2012년부터 벽화 그리기를 해왔다. 올해 총 다섯 군데가 예정돼 있는데 이번 논현초 담장이 두 번째 장소다. 참가를 원하면 강남구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www.gangnamvc.or.kr)나 전화(02-3445-5152)로 신청할 수 있다.

만난 사람=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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