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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편견 따위는 겁낼 것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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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우리 엄마 장현실, 만화그려요. 우린 엄마와 나 둘이 살아요."

"제 딸 정은혜, 장애를 가진 제 딸이 씩씩하게 사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아요."

만화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한겨레신문사)의 도입은 이런 대사로 시작된다. 미루어 알 수 있듯, 엄마는 이혼한 프리랜서 만화가이고 딸은 다운증후군이다. 이들 모녀가 "사회의 온갖 편견과 맞서 어렵고 힘들게, 울고 짜며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자신의 성격이 너무 급하지 않은지 되돌아 보실것.

물론 이들의 삶이 화창한 꽃동산만은 아니다. 아이가 처음 장애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작가는 "끝없는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때로 딸을 믿지 못하는 내가 밉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놀라운 솔직함과 씩씩함으로 자신을 옭죈 굴레를 벗어던진다. 여느 아이 못지않은 은혜의 건강한 태도도 현실에 지친 작가에게 불끈 불끈 힘이 솟게 만든다. 이들 모녀를 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을 작가는 이렇게 그려낸다. "엄마 자꾸 쳐다봐." "쳐다보니 나가지 말까?" "아니, 나가자" 그래서 이들 모녀의 나들이는 외출이 아니라 '출정'이다.

때론 남자가 그립다고 털어놓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고맙고 소중한게 은혜라는 '고슴도치 엄마'의 치열한 삶. 각박한 현실과 외로움속에서도 딸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작가의 다짐은 제목으로 뽑혔다. 2백8쪽. 8천5백원.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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