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이부진 면세점 동맹 … 용산몰 세계 최대로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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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5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왼쪽부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HDC신라면세점]

시내 면세점 ‘깜짝 합작’을 선언했던 정몽규(53)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12일 두 회사의 합작 면세점 입지로 공개했던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세계 최대의 시내 면세점으로 완전히 재단장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은 25일 아이파크몰에서 회동을 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구체적인 면세점 진출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는 7월 중에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가져갈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을 각각 발표한다.

 이날 발표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의 구체적 계획에 따르면 면세점의 이름은 ‘DF랜드(Duty Free Land)’다.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처럼 ‘랜드’라는 이름을 썼다. 규모도 세계 최대 면세점인 중국 하이난섬 ‘CDF몰’(7만2000㎡)에 다소 못 미치는 6만5000㎡지만 도심형 면세점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다.

 현재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소공점(1만1200㎡)의 5.8배 규모이고, 지금까지 발표된 면세점 후보지 가운데 신세계 소공동 본점(1만8180㎡)에 비하면 3.6배 크다. 판매구역 2만7400㎡에는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 등 4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HDC신라면세점은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자본금도 반반씩 부담한다. 현대산업개발이 25%, 현대아이파크몰이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한다. 현재 200억원인 자본금은 사업권을 얻는 즉시 3300억원이 증자된다.

 주차공간 또한 최대급이다. HDC신라면세점은 “대형버스 400대 주차공간과 버스 전용 진입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머드급 면세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대형 식당과 공연장도 들어선다. HDC신라면세점의 이벤트파크에는 200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한류 공연장이 들어선다. 200명의 관광객이 한 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관광식당도 연다. 정몽규 회장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차별화된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회사는 또 용산전자상가, 아이파크 쇼핑몰과 더불어 DF랜드를 ‘면세 몰링(malling) 관광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017년에는 DF랜드와 전용 통로로 연결된 1700객실 규모의 국내 최대 비즈니스 호텔 단지가 들어선다. HDC신라면세점은 또 호남·경춘선 철도망을 활용해 지방 관광상품 및 특산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부진 사장은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 전자상가가 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부활했듯이 DF랜드로 용산 상권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인식은 두 회사의 합작을 구체화한다는 의미를 넘어 대기업에 할당된 두 장의 허가권 가운데 한 장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 삼성가의 오너가 남의 회사를 직접 방문해 조인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 못지않게 이번 면세점 사업을 어떻게든 따내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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