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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로 난치성 눈 질환 치료제 개발 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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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의 이동률 소장(왼쪽)과 차병원 안과 송원경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차병원그룹]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눈을 뜨게 될까.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로 스타가르트병과 황반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 질환은 망막이 손상돼 시력을 잃는 병이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꼽혔다. 차병원그룹이 최근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차병원그룹은 차바이오텍과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망막치료제에 대한 임상 결과를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 공식 학술지인 스템셀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게재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 쓰인 치료제는 이르면 2018년에 스타가르트 치료제 품목으로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임상 연구는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 환자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로 부작용 없이 시력이 개선됐다는 내용이다. 차병원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허가를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간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배아줄기세포 치료법은 종양이 생기고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으로 지적됐다.

황반변성·스타가르트병 환자 시력 개선

송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망막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었지만 우려됐던 종양 형성이나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4명의 환자 중 3명에게서 시력이 개선되는 변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의 효능을 검증할 임상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차병원그룹은 현재 스타가르트병 환자 3명에 대한 첫 임상을 끝냈으며, 황반변성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황반변성을 겪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 복제줄기세포를 분화시켜 망막세포 치료제로 만들었다. 이를 환자에게 주사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공하면 세계 첫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줄기세포에 대한 차병원그룹의 전문 연구와 노하우가 쌓여 이뤄낸 결과다. 차병원그룹은 2013년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로 뇌성마비 임상시험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엔 세계 처음으로 성인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70대와 30대의 체세포에서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었으며 이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았다.

스타가르트병과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시험 성공 뒤에는 차병원그룹 차광렬 총괄회장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그는 난치병 극복과 후학 양성을 목표로 내걸고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를 위해 1998년에 사재 32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엔 줄기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내놨다. 또한 개교 이래 지금까지 의대생 전 학년 전원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500억원을 기부하는 등 난치병 치료와 연구, 후학 양성을 위해서만 1000억여원의 사재를 기부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를 비롯해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국내 연구환경이 위축됐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미국에서 연구를 계속 진행시켰다.

의사·환자·기관 난치병 극복 협력

차병원그룹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계속 이어가고 난치병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지를 다지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분당신도시에 있는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26일 오후 열리는 ‘난치병 극복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다.

차병원그룹은 이 행사에서 최근까지 차바이오텍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한 성과와 현재 진행 중인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대한 성과를 설명한다. 이와 함께 난치병 환자들의 모임인 난치병 환우회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임상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치료제 임상 연구 교수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된다.

이번 행사인 ‘난치병 극복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은 난치병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환우회 등 사회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 차병원그룹이 마련한 자리다. 이를 통해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두 질환 모두 상이 맺히는 망막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나빠지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법이 없어 치료하기 힘든 질환으로 여겨진다. 황반은 대부분의 시세포가 모여 있는 중심부로 이 부위가 망가지면 사물이 일그러지거나 어둡게 보인다. 나이·고혈압·흡연 등이 황반변성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스타가르트병은 유전자 변이로 황반의 시세포가 망가지는 질환이다. 선천성 황반변성이라고도 부르며 젊은층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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