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수정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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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국회본회의에서의 권문교의 발언으로 미루어보면 고교평준화 수정작업은 지금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 같다.
권장관은 이문제에 대해『전반적인 문제점을 심층분석하여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하도록 재평가·연구하고 있다』면서『이결과에 따라 고교평준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교부가 수정작업을 시작한 것이 현제도의 모순을 인정한것이기 때문에 제도의 문제점들을 재론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권장관이 답변만으로 문교부 수정작업의 방향이 어떤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동안에 있은 서울시교위등의 건의나 보도를 통해 보면 소학군제로 경쟁원리를 도입하려는게 아닌가 짐작된다.
즉 통학거리등을 고려해서 짜여진 현행 학군을 뼈대로 학군을 정하고 그학군 안에서는 선지원 후배정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학교가 수용인원을 넘으면 성적순으로 잘라 2지망교로 보내고 거기도 넘치면 다시 3지망교로 보낸다는 방식이다.
고교 평준화 시책이 실패한 것은 한마디로 그 제도가 탁상에서라면 몰라도 현실적으로 실시 불가능한것이었다는데 있다.
아무리 인위적으로 학생만을 고루 배정해도 시설이나 교원마저 평준화할수 없는 이상 학교가 평준화될수는 없었던데 문제가 있었다. 이른바「신명문고」가 생겼다는 사실은 평준화 시책의 실패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시설이나 교원은 고사하고 학생마저 컴퓨터에 의한 배정이 평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해서「평준화」이전처럼 시골학생들까지 소위 서울의 일류교로 몰리게해 구매한 입시지옥을 재연할수도 없는 일이다.
과거와같은 입시지옥의 재연을막으면서 현행제도의 모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문교당국이 제시하고 있는대로 학군별로 경쟁원리를 도입하는것이 타당할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우등생과 지진아란 이질집단을 한꺼번에 수용하는데서 오는 현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제거할수 있을것이다.
평준화 때문에 학력의 하향화가 초래된다면 교육의 목적이 어디 있는지 의문이 가는것은 당연하다. 우등생과 열등생을 한반에 수용한데서 오는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는 일선 교사들이 거의 매일처럼 부닥치고 있다.
비단 학력만의 문제도 아니다. 어차피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취향이나 장래지향이 다른것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려는 발상자체에 무리가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따라 개성이 있듯이 학교마다 특색이 있는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개성이나 특색은 조장하고 격려해야할 일이지 억누를 일은 아닌 것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학교에 입학하는 길을 열어 준다는것은 다양성을 고무하는 일일뿐 아니라 모교에대한 애착심을 생기게 하는 효과도 거둘수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각학교별로 입학시험을 치르는것은 아마 누구도 바라지 않을것이다. 당국은 겨우 10%정도의 학생만을 탈락시키기 위해 치르는 고입연합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중학내신성적만으로 고교생을 뽑는 방식을 채택할 움직임으로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그런 방법은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할 것이다.
실시10년의 고교평준화시책은 수술대앞에 놓이게 된것이 분명해졌다. 중·고교육은 전교육과정의「허리」라고 할수 있다. 그런 중요성을 충분히 살려 수정작업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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