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돌아온 남편 곁으로"…미군 참전용사 아내 유골 경북 왜관에 뿌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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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있는 한국에 유골을 뿌려달라."

6·25 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남편 제임스 엘리엇 미 육군 중위(당시 29세)의 귀환을 65년간 기다리던 엘리엇 블랙스톤(87) 여사. 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3개월 뒤인 24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낙동강변. 6·25 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낙동강 전투가 벌어진 이곳은 엘리엇 중위가 실종된 곳이기도 하다. 엘리엇 중위의 딸인 조르자 래 레이번(67)이 어머니의 유골분을 들고 강변에 섰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언대로 유골분을 낙동강에 뿌렸다.

"보고 싶은 아버지. 우리가 서로를 마지막으로 본 게 65년이 넘었네요." 레이번은 이렇게 시작하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이날 공개했다. "어머니 얘기를 들어보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유일하고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 얘기를 했고 좋은 기억으로 아버지를 기억했습니다."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글에 담았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았고, 언젠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늘 품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군인 중의 군인이신 아버지, 사랑해요."

이날 왜관에는 엘리엇 중위의 유족 4명을 포함해 6·25 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병 26명의 미망인과 손자·손녀 등 49명이 찾았다. 지난 18일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20일 경기도 파주에서 '6·25 참전 미군 실종 장병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설명]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변에서 엘리엇 중위의 딸인 조르자, 아들이자 조르자씨의 오빠인 제임스 L 엘리엇씨가 어머니의 유골분을 뿌리고 있다.
(사진 대구 보훈청)
마지막 사진은 조르자씨가 쓴 편지 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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