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의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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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 이후 둔화의 기미를 보여온 국내경기는 4·4분기부터 후퇴할것으로 예고되었다.
당초부터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할것으로 예견된바 있었지만 이번달 경제동향보고에 나타난 여러 경제지표는 몇가지 점에서 주의깊은 대응을 요하는 대목을 발견할수 있다.
그 첫째로는 국내경기의 부심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국면의 변화는 돌발요인이 없는한 합리적인 예측과 이에 대응하는 시장적응의 장단기과정을 통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이 정상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국내경기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경기변화를 미처 수용하기도 전에 과열 또는 냉각으로 급변해왔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일부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한 소비급증과 향락산업의 과잉번창으로 경기과열로까지 치달았던 내수경기가 불과 반년도 못지나 침체를 나타내게 된것은 과열진정을 위한 정책대응의 효과로 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제구조에서 경기변화를 수용할만한 완충능력이 모자라는데 더큰 이유가 있지않나 여겨진다.
이같은 경기변화의 완충능력은 경제의 체질과 구조상의 잠재력등에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하루아침에 신장될 성질의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체질개선이나 산업구조 조정이 이 부문에 관한한 별로 진전을 보이지 못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80년대 이후의 경제변화와 이번의 짧은 호황에 이은 경기침체과정을 면밀히 분석, 국내산업의 경기대응력을 확대시키는 산업합리화대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4·4분기 이후의 경기후퇴 요인이 내외의 동시적 수요부족에서 주로 비롯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이후 올 상반기까지 경기상승을 주도해온 부문이 주로 수출의 신장과 일부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한 내수증가에 힘입었던 점에 비추어 두경기 주도요인이 동시에 후퇴한다는 사실은 올해 4·4분기뿐 아니라 내년 이후의 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것을 예견할수 있게 만든다.
더우기 국내경기의 최대 변수인수출은 하반기 이후 줄곧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을뿐 아니라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에서의 위축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후퇴와 보호주의 장벽에 대처하는 수출시장 전략이 다각도로 강구돼야할 것이고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도 지속돼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경기나 수출에 국내경기가 지나치게 민감하게된 산업구조도 고쳐야 할것이다.
이는 곧 내수시장의 건전한 기반을 다지는 일과 무관하지 않고 또 합리적인 산업간 균형과 소득기반의 평준화를 확대하는 것과 연관될수 있다.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의 지나친 임금억제 정책이나 농공간의 지나친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으면 안될 부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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