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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도사 '맞트레이드 5년' 지금 모습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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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로농구 모비스의 우지원이 "(문)경은이 형을 이기겠다"는 의지에 불탔던 시절이 있다. 한때 문경은은 국내 최고의 슈터였고, 우지원은 최고가 되기 위해 문경은을 이겨야 했다. 해묵은 경쟁의 양상은 올 시즌 달라졌고, 9일 문경은이 전자랜드에서 SK로 이적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올 시즌에는 문경은도, 우지원도 주연이 아니다. 문경은은 전자랜드에서 리 벤슨을 보조하는 슈터였다. SK에서도 슛 기회를 독점할 수는 없다. 우지원은 모비스에서 크리스 윌리엄스가 만드는 슛 기회를 득점으로 살려내는 역할을 해왔다.

문경은과 우지원의 올 시즌 기록은 비슷하다. 그러나 문경은은 기복이 심했다. 1일 오리온스전에서 21득점, 하지만 4일 SK전에서는 3득점에 그쳤다. 반면 우지원은 최근 네 경기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했다. 3라운드가 끝날 때 전자랜드는 꼴찌, 모비스는 선두였다. 우지원은 모비스의 승리를 기뻐했고, 자신의 역할에 만족했다. 8일엔 통산 6000득점을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 반면 문경은은 자신의 기용 시간과 역할에 만족하지 못했다. 문경은과 우지원의 인연은 1990년 시작됐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문경은은 연세대 1학년, 우지원은 경복고 2학년이었다. 2년 뒤 우지원은 연세대에 진학했다. 문경은이 삼성, 우지원이 SK빅스(현재 전자랜드) 소속이던 2001년 6월엔 맞트레이드된 인연도 있다.

우지원이 문경은을 이겨도 세상은 우지원을 최고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 현실 앞에서 우지원은 괴로웠고, 괴로움을 이기는 데 15년이 걸렸다. 그는 지난해 여름 훈련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경은이 형은 경은이 형,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문경은은 기로에 서 있다. SK의 간판은 방성윤이고, 문경은은 전희철.김기만 등과 경쟁해야 한다. 그는 "트레이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 잦은 부상, 그리고 쉽게 늘어나는 체중과 싸워야 한다. 올 시즌 '최우수 조연상' 경쟁에서는 큰 부상 없이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지원이 문경은을 조금 앞섰는지 모른다.

프로농구 KCC가 10일 전주에서 전자랜드에 89-71로 이겼다. 전자랜드를 상대로 홈 9연승하며 16승15패로 단독 6위가 됐다. 전자랜드(5승26패)는 8연패했다. 팀 통산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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