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짬밥 요리왕" 육군, 'e-book' 제작 조리병에게 배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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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는 칼집을 많이 넣으면 볶을 때 부서져요. (비엔나 소시지 볶음)"

육군이 10일 일선 부대에 배포한 'e-book 하나면 나도 요리왕' CD에 있는 내용이다. 신세대 병사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300여 가지 음식의 요리법이 정리돼 있다. 야전 부대 조리병들이 음식을 만들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CD에서 눈으로 요리법을 익힐 수 있다.

요리왕 CD에는 국.찌개 등 한식만 있는 게 아니다. 스파게티, 감자수프, 데리야키 소스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양식 메뉴와 소스 제조법도 소개돼 있다. 기존의 한식 요리를 신세대 장병의 취향에 맞춰 서구화한 퓨전 요리도 많이 들어 있다. 지난 2년간 육군에서 개발한 신메뉴를 일선 부대 병사들의 입맛으로 평가해 고르고 고른 것들이다. 바삭하게 두부를 튀겨 카레에 올린 두부카레밥, 맛살을 넣어 입맛을 돋운 맛살 달걀찜, 설탕.참기름을 친 간장으로 간을 한 간장떡볶이, 자작한 카레에 소시지와 햄을 올린 소시지 카레조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요리의 팁도 꼼꼼하게 설명했다. CD에는 음식 사진과 함께 들어가는 재료와 요리 순서, 맛을 살리는 비법을 자세히 설명해 일반인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돼지고기와 김치는 같이 볶아야 간이 배어 더욱 맛있습니다."(김치덮밥), "당면은 삶은 즉시 찬물에 헹궈야 쫄깃쫄깃해요."(김치잡채밥)

육군 관계자는 "요리왕 CD 제작은 군의 급식 목표가 '양'에서 '맛'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배고픔을 벗어난 신세대 장병에겐 적절한 영양소와 함께 맛을 동시에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리왕 CD의 식단은 젊은이에게 맞춰 기존의 '짬밥'을 재조정한 '신세대 병사 표준 식단'인 셈이다. 대신 요리의 양은 조금씩 줄였다. 육군은 병사 중에서도 비만 문제가 대두되자 장병 1인당 하루 열량섭취 기준을 지난해 3500㎉에서 올해는 3300㎉로 줄였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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