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72세 보디빌더 이정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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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 가는 팔다리, 구부정한 허리…. 전형적인 노인의 모습이다. 나이가 들면 이런 거미형 체형은 불가피한 것일까.

올해로 72세를 맞은 보디빌더 이정석(대전 유성구.사진)씨에게 이 같은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키 1m65㎝의 단신이지만 가슴둘레 105㎝, 팔의 알통 굵기는 40㎝나 된다. 운동하지 않는 성인 남성의 가슴둘레가 80~85㎝(노인들은 이보다 적은 평균 70㎝ 정도), 팔 굵기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할아버지 몸짱이다.

"80㎏짜리 역기를 들고 있으면 '할아버지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충고하는 젊은이가 있어요. 그러다가 샤워장에서 내 몸매를 보고는 깜짝 놀라 어쩔줄 모르지요."

그는 국민생활체육 전국보디빌딩 연합회가 주최하는 +65세급 보디빌딩 대회에선 5년 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보디빌딩에 입문한 것은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대전으로 이사한 18년 전. 현재의 유성헬스클럽에서 체계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나이 쉰 넘은 사람이 손바닥만 한 팬티 한 장 걸치고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쑥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관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회에 나가 장년부에서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지금도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한다.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그는 오전 6시에 기상해 7시면 일터에 도착하고, 오후 7시까지 12시간 꼬박 서서 일한다. 이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하고, 12시나 돼서야 취침에 들어간다.

젊은이들도 힘들어할 빡빡한 일과지만 그는 전혀 피곤한 줄 모른다. 노인들에게 흔한 요통이나 관절염은 물론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건강보험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고, 건강검진조차 받지 않아 혈압이 얼만지, 고지혈증이 뭔지도 모른다.

그가 자랑하는 부위는 가슴과 이두박근. 하지만 가장 주력하는 운동은 오히려 복근이다. " 나이가 들면서 조금만 게을리 해도 배가 처집니다. 그래서 운동시간 마지막 30분은 복근 운동만 합니다. 복근을 배꼽 아래위로 나눠 윗몸일으키기와 누워 다리들기를 1000번씩은 하지요."

그는 운동을 하면 젊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몸이 늙으면 생각도 늙게 마련이라는 것. 노인정은 얼씬도 하지 않고, 또래의 친구도 아예 만들지 않는다. 청바지에 운동 모자를 쓰고 다니고, 운동하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회식도 하고, 노래방에도 간다. 개다리 춤은 가장 인기를 끄는 그의 장기다.

"당뇨나 고혈압은 너무 잘 먹고, 편해서 생긴 병이지요. 병치레하면서 오래 살면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불행 아닙니까.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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