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구 ! 은발의 패기 있는 어르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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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일하며 관람객의 좋은 평을 받은 방동규씨.
[사진=안성식 기자]

'능 참봉을 하니까 거동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이라'는 옛 속담이 있다. 모처럼 일자리를 하나 얻으니까 별로 생기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하다는 말이다. 요새 서울 경복궁에서 관람 안내 지도위원 일을 보는 방동규(73)씨에게 맞춤한 얘기다. '방배추'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진 '왕년의 협객' 방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 계약직으로 일하며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하루 3만 보를 걷고, 양말 한 켤레를 빵꾸내며, 평생 처음 해보는 공무원 일에 여념이 없는 그는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에게 '멋쟁이 오빠'로 통한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제2, 제3의 방동규씨를 찾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각 고궁과 능에서 관람 안내를 맡을 계약직 지도위원을 뽑는다. 현대판 능 참봉인 셈이다. 노년층이 일생 쌓아온 경륜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일자리 가운데 하나다.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뽑지만 현재 궁궐 지킴이, 문화유산해설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나 궁.능 근무 경험자와 교사 경력자를 우선 채용한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번에 뽑는 인원은 창경궁.덕수궁.종묘.서오릉.선정릉에서 일할 5명으로 신체 건강하며 하루 1만 보 이상 보행이 가능한 70세 이상 고령자다. 보수는 한 달에 100만 원 선이며 쉽게 닳는 양말과 스타킹 값은 별도로 준다. 응시 원서접수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사회교육관에 있는 문화재청 궁능관리과 사무실에서 받는다.

유 청장은 "관람객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실버 인구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채용 인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02-3701-7570 . www.cha.go.kr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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