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참여정부의 개각, 국민참여는 어디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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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루어진 개각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국무위원 20명 중 10명이 정치인 출신인데 유시민 의원까지 가세하면 11명이 됩니다.
장관 자리가 정치인들 경력 관리 자리로 전락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치열한 국정 현장에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이 삶의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일과성으로 출연하는 것은 노 정권이 국정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열우당 내의 반발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정세균 의장의 경우 당과 협의 없이 징발함으로써 한달 남짓 남은 전당대회까지 어떻게 당을 꾸려 가란 말이냐 하는 불만이고 유시민 의원의 입각을 밀어붙인다면 당청 간의 관계는 최악이 될 것이란 경고입니다.

정세균 의장이야 본인 스스로 99년부터 전화기를 옆에 놓고 잤다는 말로 입각에 대한 열망을 스스럼없이 나타냄으로써 당의장이 일개 장관으로 감에도 불구하고 감읍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동영,김근태의 경우에는 대선 주자로서의 경력관리를 위해 장관자리를 꿰차다 당으로 복귀해서 당의장 자리를 놓고 격돌이 예상됩니다만 정 의장의 경우는 당의장을 하다가 일개 장관 자리에 감읍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세균 의장의 입각은 사학법 날치기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노 정권은 스스로 날치기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당의 행정부에 대한 예속은 한층 심화될 것이고 국민 여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노 정권의 마이웨이는 정초부터 국민들에게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상수씨의 경우도 스스로 보상 차원이라고 밝힐 만큼 노 대통령의 이씨에 대한 의리는 깊고 무겁습니다.
보스를 향한 충성과 똘만이를 챙겨 주는 아름다운 조폭 문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의 의리는 유시민 의원에 가서는 그 절정을 이루는데 열우당 모두가 반대해도 유시민 밀어붙이기는 강행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총리의 보좌관 출신인 유 의원이다 보니 대통령과 총리가 의리를 내세워 입각시키겠다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도 아름다운 조폭 문화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유시민 의원의 경우 그동안 수많은 말을 쏟아냈는데 국민들만 거부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유시민이 입각하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아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유 의원의 경력을 관리해 줄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레임덕도 걱정되고 여당 내의 불만도 고조되는 상황에서 옆에 경호실장을 두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것은 노 대통령이 그만큼 자신감과 판단력을 잃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 정권의 인사 스타일은 일단 공신으로 인정되면 청와대의 인큐베이터에 집어넣어 키운 다음 지역구에 내보내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공기업 사장이나 행정부로 혹은 당으로 돌려 막기를 단행합니다.
한가지 특징은 공신은 절대로 실업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인사 스타일은 결국 노 정권의 지지를 떨어뜨리는 최대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시선이 이상수 정세균 유시민에게 가 있는 동안 정작 이종석씨의 통일부 장관과 NSC의장 겸직 가능성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주사파가 통일정책과 국가안보의 수장이 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대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급진적으로 변화할 것인데 이는 국내외의 이념대결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에 대한 인권은 아예 말도 꺼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은 북한의 입장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장관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실세가 전면에 나서게 될 때에는 이제 그 때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노 대통령을 태종이니 정조니 하는 아부꾼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태종이나 정조는 이렇듯 편협한 인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사로만 보면 노 정권은 패거리 문화와 코드인사에 젖어 있는 반쪽 정권임에 틀림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말로만 화합과 통합을 외치지 말고 차라리 국민 분열과 코드정치를 신봉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어차피 한나라당도 인사 청문회를 거부할 것이고 민주당과 민노당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장관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므로 당사자들은 신이 났을 겁니다.
뭐, 장관 되면 됐지 반쪽이면 어떻습니까?

참여정부는 국민의 참여 없는 패거리만의 참여이기 때문에 누가 되든 국민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야당 없는 동네에서 니 마음대로 하세요.[디지털국회 이수안]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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