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00명 넘게 검증했지만 … 황, 청문회 통과 경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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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화분 돌려보낸 법무부 장관실 법무부 장관실은 2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집무실로 배달된 황교안 장관의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축하하는 화분을 돌려보냈다. [뉴시스]

‘깜짝 발탁’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뒤 줄곧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수첩 밖 새 인물’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결국 내각에서 신임을 얻은 황교안(58) 법무부 장관 카드를 빼들었다.

 청와대는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100명이 넘는 총리 후보자를 들여다봤다고 한다. 하지만 황 후보자처럼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검증에 걸리거나 “총리는 안 하겠다”며 스스로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인사가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큰 만큼 ‘감동을 주는 인사’에 욕심을 냈다”며 “하지만 법원·검찰 출신들은 물론 각계에서 추천받은 인사들을 다 추려 봤지만 새 인물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며 “인사청문제도를 바꾸든지, 현재 구도에선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60대 이상은 검증망을 피할 수가 없더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왔다.

야당에서 주장한 것처럼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고문 등 통합형 카드도 만지작거렸지만 “책임정치에 반한다는 내부 반박에 부닥쳤다”고 한 인사는 토로했다.

 황교안 카드를 꺼내기까지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야당에서 ‘사정 정국 조성’이라고 공세에 나설 수 있는 데다 회전문 인사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리 아래 자리인 최경환(60) 경제부총리나 황우여(68) 사회부총리는 황 후보자보다 나이도 많고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다선 중진들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선을 원했지만 결국 차선을 택한 것”이라며 “야당의 공세와 서열상의 문제는 하기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지만 청문회 통과는 그렇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로 낙마한 만큼 후임 총리 후보자까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서도 법조인 선호 스타일을 또 보여줬다. 지금까지 총리 후보 6명을 지명했는데 경찰 출신인 이 전 총리와 언론인 출신인 문창극 전 후보자를 제외하면 4명이 모두 법조인이다.

 이날 황 후보자 발표를 앞두고 해프닝도 있었다. 청와대는 당초 오전 10시에 후보자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발표 예정 시간을 4분 정도 남겨놓고 “발표 연기”를 공지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실에선 “후보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잠시 뒤 “10시15분에 발표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발표 문안이 늦게 내려와 (연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선 총리 후보자와 함께 법무장관 후보도 발표된다는 소문이 돌아 법석을 떨기도 했다. 후임 법무장관 후보로 소문 난 S모씨에 대해 당 내에서 과거 전력 등을 들어 청와대에 항의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청와대는 후임 장관은 황 후보자의 제청을 받아 발표하겠다고 해 논란을 정리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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