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자율화도 법테두리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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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의 「외부인 감금폭행사건」과 관련, 경찰이 학생1명을 구속하고 8명을 수배한데 이어 앞으로 실정법에 저촉되는 일체의 과격 행동을 법에따라 다스리겠다는 치안본부장담화는 「학원자율화」를 국가규범밖에 두지 않겠다는 치안당국의 결의로 받아들여진다..
치안당국은 서울대생들이 「학원프락치」를 색출한다면서 집단으로 외부인을 감금·고문하고 고대생들이 경찰차를 불태우는 명백한 범법행위률 학원자율화라는 명분때문에 모르는체 할 경우 사회질서유지를위해 단순폭행마저 엄격히 처벌받는 일반국민과 형평을 유지하기 어렵고 사회질서유지가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지난1학기 학원자율화조치로 경찰공권력이 캠퍼스에서 철수한 이후 비교적 순수하게 출발했던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2학기에 들어서면서 과격해지고 폭력화되면서 파괴·방화·감금폭행에까지 이르자 결국 경찰력과 충돌한 셈이다.
치안당국은 「학원사태」가 끊이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학생들이 학원밖에서까지 조직적이고 기습적인 집단사태를 유발, 국가의 치안력을 학생소요수습에 낭비하고 있다는 일반의 비난을 받아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내부에서도 학원울타리를 벗어난 학생행동에 더이상 예방적·방어적 조치에만 그칠 수 없다는 「인내한계론」이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이번 서울대사건 처리를 놓고 경찰은 관계당국과 몇차례 대책회의를 갖는 등 조심스런 대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학생들에의해 학교안에서 벌어진 사건에 경찰권을 발동할 경우 자칫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자율화조치가 무위로끝날 우려가있고 다른 학생들에겐 구속학생 석방요구등 또다른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구속과 수배라는 일반형사처벌방법을 선택하기까지는 「명분론」과 「현실론」이 다같이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경찰고위층은 구속조치나 치안본부장의 담화문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원의 자율화 정책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그는 『자율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교수와 학생이며 과거와같은 공권력개입에 의한 타율은 결코 있을수없다』고 밝히고 『그러나 자율의 터전인 대학이 일부 과격학생에의해 무법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이번 서울대사건은 실정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단순한 형사처벌일뿐 이 문제를 학원자율화방침의 수정이나 정치문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건은 피해자의고발이 있었고 고문행위는 학생신분을 넘어선 것이었으며 사건장소인 총학생장실은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사방을 종이로 발라놓고 최장 5박6일의 감금과 고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밀폐된 범죄장소였다는 점에서 명백한 형사처벌대상이라는 것이다.
더우기 대다수의 순수한 학생들이 교내에서 공포분위기를 느끼고 교수가 공포분위기에 위축된다면 이같은 자율화의 방치는 타율화를 자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학생문제에 대한 경찰의 이같은 조치에도 『학원안에서 던지는 돌맹이는 얼마든지 참고 맞겠다』고 경찰관계자는 거듭 강조하고있다.
학원안에서의 진통은 앞으로도 학교와 학생들이 슬기롭게 대처할 문제로 경찰의 개입은 없을 것이나 한발이라도 학교밖으로 뛰쳐나오는 행동에는 보다 높은 강도의 제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안당국의 이같은 결연한 태도가 학원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다만 이번 서울대에서와 같은 「사건」 이 학내에서 저질러졌으나 학교당국이 이를 전혀 「지도」하지못한채 경찰의 손으로 넘어가고 학생을 뒤늦게 제적시키는 안이한 태도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지않는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따로 없다는 일반의 비판은 경청돼야할 것 같다.
자칫 학교가 방관하고 학생이 방관하는 학교측의 태도를 기준으로 활동의 도를 넘을때 또다시 자율화이전의 악순환이 소생할 우려가 없지않기 때문이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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