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되다니 꿈만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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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해외여행도 한 번 못해봤는데 우주여행이라니 꿈만 같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인'이 될 기회를 잡은 대학생 허재민(25.울산대)씨는 들뜬 표정이었다. 허씨는 9일 다국적 IT업체인 오라클이 전 세계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퀴즈를 맞힌 사람을 뽑아 우주여행을 보내주는 '전세계 개발자를 위한 오라클 우주여행'에서 아.태지역 최종 대표자로 당첨됐다. 허씨는 "앞으로 IT시대를 이끌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인 평범한 대학생"이라며 "나에게 우주여행이라는 꿈같은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오라클이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12회에 걸쳐 실시한 퀴즈풀기 대회에는 호주.인도 등 아.태지역에서만 2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이 중 한국인의 참여율이 가장 높아 전체 참가자의 약 40% 이상(8000명)을 차지했다. 또 한국인 참가자 중 71%가 출제된 IT관련 퀴즈를 풀어 호주(28%)나 인도(13%)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허씨는 "인터넷 웹서핑을 하던 중 오라클의 이벤트를 접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퀴즈가 전공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응모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퀴즈대회 중 문제가 쉽지만은 않아 관련 책도 찾아보고 친구들과 별도로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또 "우주에서 푸른 지구를 볼 생각을 하니 오늘부터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착실히 우주여행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내년 하반기쯤 북미와 유럽의 대표자로 각각 뽑힌 네티즌 두 명과 함께 이틀간의 우주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그는 우선 미국으로 출국해 약 나흘간 무중력 상태 적응 훈련과 우주선 내 의사소통, 별 관찰 요령 등을 교육받는다. 이후 러시아에서 개발한 여행용 우주선을 타고 지표면 100㎞ 상공까지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고 우주 공간과 별들을 감상할 기회를 갖는다. 허씨가 우주에 머무르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미국에 본사를 둔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 업체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약 13만8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는 '준 궤도 우주비행' 상품을 이용한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상업 궤도(orbital) 여행을 실현해 2001년에는 미국인인 데니스 티토를, 2002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인인 마크 셔틀워스를 처음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낸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전문 우주비행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들이다.

국내에선 그동안 우주인 후보를 뽑는 행사는 많았지만 실제 우주여행을 한 경우는 없다. 과학기술부가 내년 4월 러시아 우주선으로 ISS에 한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을 세웠으나 러시아 측이 입장을 바꿔 무산됐다.

또 인터넷 쇼핑몰인 KT몰이 2004년 스페이스 어드벤처사의 우주여행 상품을 내걸고 경품행사를 벌여 두 명의 당첨자가 나왔지만 아직 우주여행을 떠나지는 못하고 있다. 허씨가 우주여행을 다녀올 경우 민간인으로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초의 우주인이 되는 셈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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