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조용한 정착|서울서만 10곳 뿌리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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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일요일 하오3시 서울0속달동네 낙골교회의 성만찬 시간.
「교우형재들의 피와 살을 나누는 시간」 으로 이름 붙여진 만찬의 음식은 한 여교우가 사온 식빵 한줄과 종이 포장의 중형 요구르트 2병이 전부였다.
목사와 12의 근로청소년 교인들은 식빵 한쪽씩을 손에 들고 스테인리스냉면대접에 따른 요구르트를 돌려가며 함께 마셨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낙골교회의 가난한 예배는 삶의 현장을 함께하는 우스개소리가 흘러넘치고 교회 친교를 두텁게 하는 「성서공동체」의 생동감이 푸르르기만 했다.
『라면 많이 먹고 꼬불꼬불 잘살아라』
지난주 중동으로 돈을 벌러 떠난 한 친구가 교우들에게 전해놓고 간 편지의 한귀절이었다.
쾌청한 일요일이라 벌이를 나간 교우들이 많아 예배출석률은 저조했지만 교우들의 실직과 취직뉴스를 비롯한 이 작은 교회공동체의 온갖 소식들이 교환됐고 웃음속의 토론식 예배가 두시간동안 계속됐다. 기독교 대한복음교회 낙골교회는 근래 40대 소장의 목사들이 거듭 비판을 받아온 대교회주의를 거슬러 새롭게 개발한 「작은 교회」 의 한 모델이다.
이같은 작은 교회운동은 이미 서울지역에만도 10여개 교회가 뿌리를 내렸다.
기독교장로회의 신명교회(서대문·이광일목사) ,동월교회(하월곡동·허병섭 목사) ,청암교회 (사당동·최준수목사)와 감리교의 작은교회 (대치동· 김영운목사), 민들레교회 (최완택목사)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밖에 복음교회 총무인오충일목사의 낙골교회,봄샘교회(대조동)외 예장통합의 Y전도사가 하는 교회도 있다.
이들 작은 교회는 오래된것이 78~79년 개척됐고 낙골교회의 경우는 지난해 부활절에 시작됐다.
교인수는 대체로 20~40명이고 대치동의「작은 교회」가 l백명으로 가장많다.
교회 이름부터 큰 교회를 기피하고 교인들의 신명바람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작은」 「신명」 등의 이름을 붙였다.
「삶과 말씀의 일치」를 실천해 보이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작은 교화들은 사귐의 형제애를 강조하고 토론예배를 보는게 공통된 특징이다.
또한가지 특징은 교인 구성이 학생· 근로자이고 「가난하다」 는 것이다.
낙골·청암교회의 경우는십자가조차 없거나 있어도
페인트칠도 못한 막나무 각목십자가를 달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십자가나 강대상 하나에 6백만원 짜리를 들여놓은 초호화 대교회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가난」 이다. 지난해 철거민 이주 「딱지」를 4백만원에 사서 세운낙골교회공동체의 스테인리스대접 헌금바구니 (?) 는 1백원짜리 동전 12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중산층 주거지역에 자리잡은 감리교의 작은 교회는 자활의 재정을 꾸리지 못할 정도의 가난은 면했다.
작은 교희들의 예배는 「이론설교」 를 지양하고 「생활의 나눔」 을 이야기로 엮어가는 토론식이다. 친교를 다지는 성만찬과 사귐의 시간 (애찬) 이 주일예배때마다 꼭 마련돼 교우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운다.
교회 공간구조를 충분히 발휘해보려는 이들 교회는은총과 결단의 신앙내실을 중점적으로 추구, 새로운 성서연구방식의 공동설교와 수요성경공부등을 한다.
작은 교회들의 사회선교는 근로자문제, 계층간의 장벽, 인권문제등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같은 작은 교회운동은 이제 보편화돼가면서 웅장한 음악이나 성찬은 있어도 역사의식과 현실참여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있는 한국기독교 1백주년의 외화내빈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빛임에 틀림없다.

<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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