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스캔들 연루 박동선씨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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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70년대 미국 정가를 뒤흔든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인 박동선씨가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계획'과 관련한 비리 혐의로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미 뉴욕 맨해튼의 마이클 가르시아 연방검사는 6일(현지시간) 박씨가 이날 미국 휴스턴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측근은 "휴스턴이 아닌 멕시코에서 붙잡혔다"면서 "박씨가 한국과 일본.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최근 파나마 운하 확장계획에 관계했으며 체포될 때도 파나마에 가던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검찰 측에선 검거 경위를 밝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박씨가 멕시코에서 FBI 요원들에게 붙잡혀 휴스턴으로 옮겨졌다면 외국인을 제3국에서 체포한 셈이어서 주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석유-식량 계획 집행 과정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이라크 정부 측과 유엔 고위인사를 연결해 준 혐의로 지난해 4월 수배됐었다.

미 검찰은 박씨가 최소 200만 달러의 현금을 이라크 외교 행랑을 통해 받았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유엔 고위인사를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었다. 박씨는 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을 위해 미 전 현직 의원 32명에게 85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뿌려 파문을 일으켰던 '코리아 게이트'의 주인공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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