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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여자 전도연, 칸이 주목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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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뢰한’에서 전도연은 술집 마담이자 살인자의 여자인 혜경을 연기했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도전적인 역할을 배우 전도연은 능수능란하게 끌어안는다.”(스크린 인터내셔널)

 “전도연은 여러 뉘앙스를 가진 연기로 상대 배우까지 빛나게 했다.”(할리우드 리포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5월 13~24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15일 밤(현지시간) 상영된 ‘무뢰한’(27일 개봉, 오승욱 감독)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다. 이 같은 호평을 이끌어낸 데는 ‘칸의 여왕’ 전도연(42)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전도연은 극 중 혜경의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무뢰한’은 멜로의 애잔한 정서와 하드보일드의 비정한 공기가 한데 섞여 있는, 독특한 영화다.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상당한 무게감으로 드라마를 이끈다. 그가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멜로와 하드보일드, 두 장르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무뢰한’을 전도연의 영화로 부르는 이유다.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변두리 술집 마담이자 범죄자의 여자 역할을 맡아, 밑바닥 인생의 불안하고 처연한 모습을 다층적인 연기로 선보였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형사 재곤(김남길)은 도피중인 살인용의자 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그의 여자인 혜경(전도연)이 일하는 술집에 영업부장으로 위장 잠입한다. 형사와 범인의 여자. 절대로 가까워져선 안 될 관계지만, 혜경은 무심한 듯 챙겨주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재곤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을 지켜보던 재곤도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서 연민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이후 재곤은 신분을 감춘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한편 혜경과 재곤은 연인처럼 가까워지지만, 결국 파국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두 배우의 앙상블이다. 전도연의 입체적인 연기가 상대 배우 김남길의 연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전도연은 삶의 밑바닥에 몰린 술집 여자의 닳고 닳은 노련함 이면의 순수와 사랑에 대한 갈망을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 같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전달한다. 김남길은 형사로서의 본분과 남자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전도연은 “한때 잘나갔던 혜경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식이 처절하게 보이도록 연기했다”며 “누아르 장르 속에 멜로가 녹아있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 영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련되거나 편한 영화는 아니지만, 혜경의 감정적인 힘이 크기 때문에 관객이 몰입하며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뢰한’은 정교한 심리 드라마이기도 하다. 처음엔 서로를 경계하던 혜경과 재곤은 점차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차곡차곡 쌓인 두 사람의 감정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폭발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이야기로 엮어냈다. 특히 영화 말미에 혜경이 재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데뷔작 ‘킬리만자로’(2000) 이후 15년 만에 돌아온 오승욱 감독은 “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점점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CGV아트코리아 채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강성률 영화평론가): 감독의 연출이 진중함과 전형성 사이에서 강렬하게 진동한다. 거의 매 컷 등장하는 전도연의 연기는 힘이 넘친다.

★★★★☆(박우성 영화평론가): 싸늘하고 건조한 색채를 배경으로 극 중 인물들의 서늘한 심리를 기어이 폭발시키는 드라마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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