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배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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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철 신선한 채소를 안정된 값으로 사먹을 수는 없을까.
농촌진흥청이 「사계절 재배 채소」의 품종 개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겨울에 신선한 채소를 조금 맛 볼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비닐 하우스 재배법이 개발된 이후였다.
그러나 이제부턴 그런 구차스런 방식이 아니고 보통 밭에서 사철 채소농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우리 채소농사의 대혁명이다.
지금까지 여름 배추는 대관령 등 해발 8백m의 고냉지에서만 재배됐지만 이젠 평지 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남부지방에선 겨울에도 노지 재배가 된다.
마늘도 여름만이 아니라 늦가을 생산이 가능하다. 수확도 재래종보다 2배나 많다.
초가을에 심어 초여름 한차례만 생산되던 양파도 이젠 사철, 어디서나 수확한다.
고추도 매운 맛도 높고 색깔도 좋은데다 50% 증수까지 되는데 새 품종이 나왔다.
꿈만 같은 얘기다. 그 동안 잔뜩 찌푸려졌던 주부들의 이맛살도 펴질 모양이다.
흉작의 가격파동으로 몇 해전엔 배추 값이 턱없이 비싸 김치가 「금치」라고 불린 적도 있다.
그런가하면 어느 땐 무·배추가 한꺼번에 홍수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농민들이 턱없이 손해를 당한 때도 있었다.
초여름 한차례만 나오는 양파는 작년엔 너무 헐값이라 밭에서 밟혀 죽더니 올해엔 저장문제에서 오는 가격상승으로 서민들이 맛볼 염도 어려운 변덕을 부리고 있다.
올해엔 마늘, 고추, 양파 부족 때문에 무려 2만t, 1백40억원 어치나 외국에서 수입할 참이다.
그런 채소 소동이 이젠 우리 사회에서 아예 사라질까 하는 희망도 부푼다.
품종 개량은 물론 유전 공학적 품종 개량이 아니고 육종학적인 품종 개량이다.
외국의 유전 공학적 품종개량에선 지금까지 농약 내성이 큰 옥수수나 병충해 내성이 큰 호두나무를 실험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농약비료가 필요 없는 새 품종이나 30%정도 증산이 가능한 곡물 재배 실험도 진행중이다. 감자와 토마토가 함께 열리는 포메이토도 탄생했다.
재래방식이건 유전 공학적 방식이건 인류를 위한 식물품종 개량연구의 여지가 아직도 무난히 열려 있는데 주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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