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빛난 우리의 옻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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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칠예가 전용복(54.일본 이와야마 칠예미술관 회장)씨는 한국보다 일본에 더 널리 알려졌다. '옻칠의 나라'로 유명한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의 옻칠 기예를 지키는 장인으로서 당당하게 평가받고 뿌리를 내렸다. 그는 자신의 옻칠 인생을 기록한 책 '나는 조선의 칠쟁이다'에서 "옻칠이야말로 우리 선조가 남긴 혼의 정수이자 영원불멸의 유산이라고 확신한다. 그 사실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땅에서 깨우칠 수 있었다"고 썼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200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전용복씨에게 조선의 칠예가란 자긍심을 돌아보게 한 사건이다. 전씨가 만든 옻칠 장식장과 회화가 설치된 정상회의장 모습이 각국의 정상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표현했듯 "세계로 가지를 뻗는 한국 칠공예의 긍지이며 희망"인 전씨의 솜씨가 세계의 주목과 인정을 얻은 순간이다.

세계인이 평가한 그 옻칠 작품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고 있는 '전용복 옻칠 21C'전이다. 정상회의장과 누리마루 하우스, 포럼장과 연회장 등 2005 APEC 현장을 아름답게 치장했던 근작 100여 점이 나왔다.

새해 새 빛으로 떠오르는 태양이 연상되는 '출발'(사진)을 보면 전용복씨가 일군 옻칠의 미감이 이해된다. 같은 검정이라 해도 똑같은 검정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빛깔을 지녔음이 그의 옻칠 작품에서 빛난다. 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작가의 강연회와 시연회가 열린다. 02-730-545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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