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생수 고르는 법] 물도 와인처럼…품종이 뭐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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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게롤슈타이너·아쿠아파나·슈타틀리히 파킹엔·산펠레그리노·에비앙·피지워터. [김경록 기자]

몸의 70% 이상을 이루는 물, 어떻게 마시고 뭘 마실까. 요즘엔 저마다 선호하는 물이 따로 있다. 어디서 온 물인지, 내가 필요로 하는 미네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을 따져 깐깐하게 고른다.

 덕분에 국내 생수 시장은 호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2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커졌다. 반면 탄산음료나 과즙음료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올 이마트의 생수 판매량은 지난 4월까지 지난해보다 10.5% 성장했지만, 탄산음료 판매는 0.7%, 과즙음료는 5.1% 감소했다.

 중국 물영양학자 리푸씽 박사는 저서 『물, 약인가 독인가?』를 통해 물의 효능을 소개한 바 있다. 면역력 강화, 기억력 증진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워터 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하늘 워터 소믈리에는 좋은 물의 조건으로 “오염이 없는 깨끗한 물”을 꼽았다. 또 “미네랄 함량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 약알칼리성 물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분분석표를 보고 좋은 물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내 몸에 맞는 물을 찾을 수 있을까. 롯데백화점 수원점에서 물 전문점 ‘워터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선일(35) 대표는 “물도 와인처럼 고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와인 산지와 품종을 이해하면 처음 마시는 와인이라도 맛과 향을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물도 수원(水原)을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다.

 땅 속의 고인 물이나 암석 사이에 고인 지하수에선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있다. 프랑스 ‘볼빅’과 ‘바두아’가 유명하다. 해양 심층수는 수심 150m 이하에 있는 물이다. 햇빛·바람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 깨끗하다. 해조류 특유의 짭짤한 맛이 난다. 70가지 미네랄을 넣은 국산 기능성 물 ‘앱스워터’와 폴란드 ‘페라지’가 여기에 속한다. 땅속에 고여 있다가 압력에 의해 지표로 솟아오르는 물은 광천수다. 보통 ‘미네랄워터’라 부르며 묵직하고 진한 맛이다. 탄산이 없는 스틸 워터 광천수로는 이탈리아의 ‘아쿠아파나’ ‘아쿠아 슬레테’가 있다. 탄산이 있는 광천수는 노르웨이의 ‘보스’와 국산 ‘초정탄산수’가 있다. 광천수가 고여 온천을 이룬 지역의 물은 온천수다. 뉴질랜드 ‘와이웨라’가 국내 판매 중이다. 빙하를 타고 내려온 물이 땅에 쌓인 게 빙하수다. 프랑스 ‘에비앙’, 아이슬란드 ‘아이슬랜딕’이 유명하다.

 물 한 병에 들어 있는 미네랄은 칼륨·마그네슘을 포함해 약 130가지다. 특정 성분의 함량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모든 수치가 높다고 좋은 물은 아니다.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충분히 함유해야 한다. 몸에 좋다고 매일 아침 약수를 마시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철분 수치가 높은 사람이 미네랄 함량이 높은 약수를 마시면 몸이 건조해진다. 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을 피하는 게 좋다. 속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호주 온천수 ‘알카라이프’는 태아가 머무는 배 속의 양수와 영양 성분이 흡사해서 임산부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은 의약품이 아니에요. 하지만 꾸준히 섭취하면 몸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생수에는 물이 포함한 모든 성분을 표기하지 않는다. 수십 가지 미네랄 중 6~7가지 성분만 표기한다. 내 몸의 컨디션에 맞는 최적의 물을 찾고 싶다면 전문가가 상주하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2009년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워터바’, 지난해 10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수원점 ‘워터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워터바는 생수 약 100여 종을 갖췄다. 가격대는 한 병에 5000원~1만원대다. 각자에게 맞는 물로 레모네이드, 레몬 디톡스 음료 등 다양한 레몬 음료를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워터테이블은 120여 종의 물을 판다. 가격대는 5000~2만원대다. 물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커피나 차를 내려준다. 물에 건과일을 넣어 우려 마시는 인퓨전(Infusion) 음료도 판매한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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