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장기만 '맞춤 생산'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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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유전자의 발견은 줄기세포로부터 원하는 특정 세포를 자유자재로 얻을 수 있는 수단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분야 전문가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는 "지금까지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세포는 모두 연구자의 의지가 아닌 우연의 산물이었지만 앞으론 마스터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아복제든, 탯줄혈액이든 지금까지 의학자들에 의해 이뤄진 줄기세포는 모두 예측불허의 세포로 분화됐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예컨대 당뇨환자에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췌도세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기술론 줄기세포에서 근육세포나 혈액세포 등 쓸모없는 세포가 통제되지 않고 만들어졌다.

이 경우 어렵게 얻은 줄기세포와 이로부터 분화된 세포들은 모두 폐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론 줄기세포에서 의사와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만 골라서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나아가 손상된 조직을 선택적으로 복구하는 치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위장 점막에 궤양이 생긴 경우 굳이 줄기세포가 아니더라도 마스터 유전자의 조작을 통해 새로운 위장 점막세포를 만들어냄으로써 상처난 위장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이번 마스터 유전자의 발견에 대해 "생물학의 몇개 남지 않았던 과제가 풀린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대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스터 유전자의 발견이 바로 난치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의 존재는 발견됐지만 유전자를 인간의 의도대로 조작하기 위해선 기능까지 완벽하게 규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찾아냈지만 블랙박스 안에서 비행기의 궤적을 그려내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수년 내에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암이나 심장병.뇌졸중 등 인류를 숱하게 괴롭혀온 난치병에 대해 세포치료란 새로운 차원의 치료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병든 장기를 대체해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최선이었지만 세포치료가 가능해질 경우 원하는 특정 장기의 세포를 무한정 얻을 수 있게 되므로 기증 장기의 부족 등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도 탯줄혈액과 배아복제 등을 통해 줄기세포를 획득하는 분야에선 이미 국제적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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