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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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5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정부는 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비록 세출규모에서는 올해 보다 9·7%를 늘린 것이나 경직적 지출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긴축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3년간의 재정운용에서 재정 건전화와 이를 통한 안정기반의 정착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정부 부문의 인플레 요인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재정의 구조적 개혁도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음은 평가 받을만하다.
올해 경상성장률이 8·6%선에 이르고 내년은 9·7%로 전망되고 있음에 비추어 세출규모9·7% 증가로 짜여진 내년예산안을 긴축 적이라 부르기에는 적합치 않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지속적인 재정억제와 올해의 지출 동결. 예산의 운용으로 재정 각 부문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누적되어온 점을 고려할 때 경상 성장 율 수준으로 맞춘 내년 예산은 적절한 타협이라 평가할 수 있다.
재정운용에 관한 한 우리는 방만한 팽창예산의 병폐를 너무 자주 겪어 왔기 때문에 재정운영은 최소한 인플레에 대해 중립적이기를 기대하며 최근 수년간의 긴축적 재정운영은 그런 의미에서 큰 뜻이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재정절제와 그것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혁, 재정구조 정비는 앞으로도 지속돼야하고 안정기반의 확충을 위한 재정의 기여도 지속 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내년예산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몇 가지 과제를 남기고 있다. 그 첫째는 연내의 숙제인 재정의 경직적 구조개선이 미흡한 점이다. 올해 예산의 70%가 방위비, 지방재정교부금 등 이른바 경직성 경비였는데 내년에는 그 비율이 70·8%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정직성 경비의 증가율도 총 지출증가율을 훨씬 앞질러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주요 항목들이 모두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부문은 우리재정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의 하나이나 계속되어온 재정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 같은 경직적 지출의 증대로 인해 일반사업비와 복지재정의 기능이 점차로 축소되는 경향이다. 경제개발이 진전되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 간접자본과 주요경상사업의 수요는 높은 수준에 있고 특히 복지재정의 수요를 포함한 사회개발 비용은 급격히 늘려 가야할 시점에 와 있다.
경제·사회개발의 새로운 수요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정부 나름의 기본 방향이 서있는 것 같지 않다. 이점은 장기 재정계획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지출보다 수입을 더 늘려 특별회계에 전입시킨 이른바 총 재정 건전화 원칙이 적용되었다.
그에 따라 내년세입이 지출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11·9%의 높은 증가를 기록했다. 물론 흑자예산의 편성과 특계 적자의 보전이 누적된 총재정 적자의 구조적 개선에 기여하는 점은 인정되지만 세입의 지나친 확보가 경기위축과 민간부문의 압박을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조세 확보에 신축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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