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 탈선 40여명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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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철거 중이던 육교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철로를 덮쳐 호남선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40여명이 부상해 대전 시내 충남대.을지대.계룡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다.

30일 오후 1시45분쯤 대전시 중구 용두동 계룡육교 상판 지지용 철제빔이 육교 아래 철로로 떨어졌다.

때마침 이 부근을 지나던 서울발 목포행 새마을호 123열차(기관사 손상훈)가 철제빔과 충돌해 기관차와 7, 6, 5호 객차가 선로를 벗어났다.

6호 열차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철로 바로 옆 유등마을 주민들이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을 끄고 승객 대피를 도와준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날 사고는 열차가 서대전역을 1㎞ 앞두고 시속 80~85㎞로 서행하던 중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계룡육교에서 철제빔 4개(길이 36m, 너비 1.5m, 무게 23t)가 8m 아래 철로에 떨어졌으며, 열차가 이를 피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교 밑에는 철제 안전망이 설치돼 있었으나 낙하물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새마을호 열차는 이날 낮 12시5분 서울역을 출발, 오후 4시38분 목포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열차에는 1백78명이 타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호남선과 전라선 상.하행 모든 열차가 오후 2시40분부터 출발역을 떠나지 못하는 등 열차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기관사 孫씨는 경찰에서 "50m쯤 전방에서 육교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것을 보고 급정거했으나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쳤다"고 말했다.

4호차에 타고 있던 승객 황태상(32)씨는 "곧 서대전 역에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이 있어 내릴 준비를 하는 순간 '쿵'소리와 함께 차체가 흔들리면서 열차가 탈선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한 대전시 지하철건설본부 측은 "철제빔 제거를 앞두고 빔과 빔 사이를 연결하는 앵글(지지대) 일부를 철거하는 바람에 빔의 지탱력이 약해져 붕괴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시공업체의 안전관리가 소홀했는지 등을 파악, 과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철도청 관계자는 "밤샘 복구작업을 벌여 31일 오전부터 열차 운행을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계룡 육교=대전시내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를 연결하는 육교(연장 2백47m.왕복 4차로)로 그 아래로 호남선 철로가 지나간다.

대전 시내에서 차량 통행이 특히 많은 지역으로 교통혼잡이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이 육교는 1981년 지어져 노후화한 데다 대전시가 최근 안전진단 D급 판정을 내리면서 대전 지하철 건설과 병행해 새 육교로 다시 짓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철거작업 중이었다.

대전=최준호.조한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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