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환율 논쟁 … 괜찮다! 괜찮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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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엔 금융시장에 1월 효과가 작용해 환율이 출렁거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흥식 금융연구원장은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환율 변동에 대한 기업들의 내성이 강해졌고,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흡수하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환율 하락 추세를 구조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급등 원인을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일 공개한 의사록에서 찾았다. 그는 "의사록 공개 결과 미국 금리 인상이 앞으로 한두 차례로 그칠 게 분명해지자 금융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1년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면 해마다 연초에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주식처럼 환율에도 이런 1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따라서 환율은 1000원대에 가깝게 다시 안정될 것"이라며 "오히려 환율이 다시 올라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우려도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최 원장은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넣겠지만 중국이 급격하게 절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 절상이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FRB의 금리 인상 중단 역시 우려만큼 달러화를 약세로 이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보다 한두 차례 올리는 데 그쳐도 연 4.5~4.75%에 달한다"며 "미국과 일본.유럽과의 금리격차 지속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자금이탈 가능성도 없으며 달러화 약세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환율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원화 강세가 부정적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투자 확대와 물가 하락 등 긍정적인 면도 봐달라는 것이다.

김동호 기자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상무)은 환율 하락이 올해 외환시장의 큰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5일 내다봤다. 추세적으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경상수지가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수출이 잘되고 외국인의 한국 투자가 멈추지 않으면서 달러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 달러 가치의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유 상무는 "5일 원-달러 환율이 8년 만에 990원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얼마나 떨어질지 구체적인 숫자를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전체로 봐도 하락 압력이 강해 평균 환율은 1000원대에서 더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위안화에 대한 미국 등의 절상 압력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위안화가 추가로 절상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과 관련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의 금리 차이가 줄면서 (투자매력이 떨어진) 달러의 가치가 약세를 나타내고 원화 가치는 더욱 절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의 우려와 비슷한 얘기다. 그는 이에 더해 계속되는 미국의 무역적자도 달러 약세 압박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같은 환율하락 추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환율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값이 떨어지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보완적인 측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달러 매입 등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하락) 추세 자체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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