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장 엄격하게 인터넷 통제 … 아이디어의 무덤으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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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니픽처스를 사이버 공격한 북한을 제재한 건 사이버 공간에서 용인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보여준 것이다.” 존 케리(72)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오후 4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특별 강연(‘사이버 공간 및 안보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책임 있는 국가들이 사이버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케리 장관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보급이 잘된 나라”라며 “미국은 개방적이고 안전한 인터넷 정책이 외교 정책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터넷은 현대 경제에서 전기처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개방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는 이런 목표를 염두에 둔 새로운 구상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통제를 하는 국가들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을 했다. 케리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보면 북한은 일본·한국과는 달리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낮고 가장 엄격한 중앙 통제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처럼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몇몇 정부는 인터넷의 경제적인 혜택을 보면서도 정치·종교적인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고 한다. 필터를 사용해 카테고리를 제어하거나 누구와 정보를 나누는지도 감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행위는 인터넷을 아이디어의 무덤으로 만드는 것이며 유엔 인권선언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사이버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책임도 강조했다. ▶어느 국가도 온라인 활동으로 다른 국가의 핵심 인프라를 해치거나 사이버 안보 사건이 터졌을 때 대처를 막아서는 안 되며 ▶사이버상 도난을 묵인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하고 ▶사이버 범죄 활동을 경감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이버 공격 피해 국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사이버상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은 결국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과 협력국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케리 장관은 강연이 끝난 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비공개 티타임을 가졌다. 나 위원장은 케리 장관에게 “현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 통과가 주요 이슈이며 북한에도 인터넷상의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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