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량살상무기가 전쟁 주된 이유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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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9일 오후 백악관 브리핑룸. 82세로 최고령 백악관 출입기자인 헬렌 토머스(허스트 뉴스 서비스)가 물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어떤 관리는 이라크가 무기를 묻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전쟁 전에)파괴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은 뭔가."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이 답했다. "생물학 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밖에는 사용할 수 없는 트럭들을 발견했다.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완벽한 증거다." 토머스가 되물었다. "그럼 트럭 두대 때문에 전쟁을 한 거냐."

"이라크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트럭들이 발견됐다. 그 트럭들의 용도는 생물학 무기를 위한 것이다." 플라이셔가 답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이라크전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미 관리들이 비판자들의 예봉을 피하느라 쩔쩔 매고 있다.

◆발 빼려는 부시 행정부=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배너티 페어 최신호의 인터뷰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이 이라크전을 감행한 주 이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지난 27일 "숨기려고 작심한 나라(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낸다는 건 어렵다. 또 이라크가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에 그걸 파괴했을 수도 있다"면서 슬쩍 발을 뺐다.

하지만 "잘못된 이유로 전쟁을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럼즈펠드 장관은 29일 라디오 회견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이라크가 생물.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계획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옛날 주장을 반복했다.

◆거세지는 비판=이라크전을 지지했던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피해가기'라는 1면 기사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리처드 코언은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걸 보니 아마 이라크전 직후 약탈당해서 그런 듯하다"며 "다른 테러리스트들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걸 막지 못한 럼즈펠드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꼬았다.

BBC 등 영국 언론들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갔느냐"며 일제히 공격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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