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쇼크와 한미무역 마찰<1>|왜 한국 산에 규제 심한가|「제2의 일본」우려…미리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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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간무역규모 5천억 달러수준의 경제대국 미국이 한해2억 여 달러 어치(83년)의 한국산 컬러TV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 그동안 신봉해오던 자유무역의 깃발을 내던지고 보호무역주의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뉴욕 타임즈지는 요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해 지난 29년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고 논평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된 수입규제 제소건수가 작년 한해동안 3백78건, 올해 들어 2백 건으로 5년 전에 비해3배나 불어난 것이라고 한다.
수입규제의 양상도 과거 전통적인 관세인상이나 수량규제에서 진일보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산 컬러TV규제에 동원된 가격규제, 즉 반덤핑이다. 종래 수량규제의 경우 협상 및 합의가 필요하고 일방규제를 하더라도 상대방 보복의 가능성이 있지만 반덤핑은 규제하게된 책임을 수출국에 전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국가의 특정품목에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미국은 수출국 정부의 보조금지급에 대해 상계관세를 때리는가 하면 특허권 침해등불 공정거래행위 방지를 이유로 수입규제를 가하고 있다. 공정무역의 명분아래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국내산업을 노골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은 최근 다수의 보이온수의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이중 상대방 국가에 대해 미국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내용의 상호주의법안이 통과되어 개도국에 적용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 반덤핑 및 상계관세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미 업계의 수입규제제소를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무역구제법안도 가뜩이나 증가추세에 있는 미 업계의 제소 남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신보호주의는 미국경제의 어려움을 보호의 가격으로 풀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미국산업들은 경쟁력을 점차 잃고있다.
거기다가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아 공화당정무는 자동차·전자·철강 등 고용효과가 큰 산업과 남부 표를 좌우하는 섬유산업 등에 대한 보호자세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일본·대만 등은 강력한 로비능력에다 표안나게 장사하고 있고, 중공은 정치적 고려를 받고있어 실속 없이 요란한 한국만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일본으로 크기 전에 싹을 갈라버린다는 식이다.
최근 미국의 대한수입규제동향을 보면 과거에 비해 수입규제 제소건수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제소 및 규제형태가 다양해졌으며 동일 품목에 대한 규제가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81년 단2건, 82년 5건이던 제소가 정년에는 16건으로 대폭 늘었고 금년에 들어와서도 8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대미주종상품인 섬유류 등은 식량규제로 제한되고, 컬러TV·철강·타이어 등과 같이 요즘 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들은 덤핑 및 불공정거래 명목으로 제소 당하고, 봉제완구 등은 그동안 혜택을 받아오던 일반특혜관세(GSP)의 폭을 줄임으로써 한국상품이 미국시장에 발 붙일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81년에 제소된 2건 중 1건, 82년의 5건 중 4건, 83년의 16건 중 7건, 금년 8월까지의·8건 중 4건 등 대부분이 무혐의 판정을 받은 사실에서 나타나듯이 미국 측은 같은 품목에 대해서조차 상계관세·반덤핑·불공정거래로 제소를 반복적으로 남발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문제가 돼있는 컬러TV의 경우 78년12월부터 80년6월까지 제1차 OMA (시장질서협정), 80년7월부터 82년 6월까지 제2차 OMA에 의한 쿼터규제를 받은 후 작년5월 반덤핑 제소를 당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스틸·와이어로프의 경우도 반덤핑 제소(82년9월), 불공정 무역관행 제소(83년3월)를 겪어 반덤핑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철강 못도 79년과 81년 두 차례의 반덤핑 제소를 당하고 다시 상계관세 제소를 겪었다.
그들이 제소를 남발하는 것은 무혐의 판정이 나더라도 제소 때부터 즉각 실질적인 규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78년 20%정도였던 비관세장벽하의 대미수출비중은 해가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 대미 총 수출 81억 달러 중 규제하 수출은 33억 달러(41·2%), 금년 상반기 중에는 52억 달러 중 21억 달러(40·4%)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소 후 조사기간 중 다른 수출국 쪽으로 달아나 버린 액수를 따진다면 규제피해는 더욱 클 것이다.
한편 원조보다 교역확대를 통해 후진국 및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돕자는 목적의 일반특혜관세를 76년부터 실시해온 미국은 제1기기간이 내년 1월로 끝남에 따라 제2기 GSP실시법안을 마련하면서 선발개도국에 대해서는 GSP혜택을 끝내는「졸업」정책을 명문화했다.
한국은 이미 작년까지 섬유·철강·신발·전가·피혁제품 등 주종 수출품목을 포함한 1백9개 품목이 ?혜에서 제외 댔으며 2기법 안이 통과될 경우 약50개품목이 추가로 혜택을 받지 못하게돼 약2억 달러 이상의 수출감소가 예상된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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