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식 소에 "화해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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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레이건」미대통령은 11일 자기가 오는28일「그로미코」소련 제1부수상겸 외상을 백악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소련에 대해 강경책을 써온 「레이건」대통령이 소련의 고위관리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담은 정상회담에는 못미치지만 전후 최악의 냉전상태로 미소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온 「레이건」행정부로서는 획기적인 일이다. 「먼데일」민주당대통령후보는 『미국이 33년 소련과 국교를 맺은 이래 소련지도자와 한번도 만나지 않은 미국대통령은 「레이건」한사람 뿐』이라고 공박해 왔으나 「그로미코」와의 회담으로 그런 정치적 공격도 시들어질듯 하다.
「레이건」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목적이 『무기수준을 내리고 소련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소련의 대미선전공세가 계속되고 있어 이 만남이 미국측 뜻대로 될지는 확실치 않다.
관심의 초점은 이 회담에서 어떤 전기가 올 것인가 보다는 「레이건」의 재선을 방해하기 위해 미소관계의 악화를 과대 선전해온 소련이 왜 선거를 바로 앞둔 이시기에 「레이건」의 회담요청에 응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두 갈래로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하나는 소련이 「레이건」의 재선은 이제 기정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앞으로 4년동안 「레이건」과 상대하게 되었다면 그의 선거과정에 지나친 반감을 부채질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결론 내린 결과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능성은 적지만 크램린 내부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최근에 해임된 소련군참모총장「오가르코프」원수는 동서냉전을 심화시킨 정책 때문에 좌천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구를 겨냥한 SS20중거리 미사일의 배치를 주장함으로써 서구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퍼싱과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동서관계가 냉각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해석이 옳다면 「그로미코」의 워싱턴 방문은 미소간의 해빙을 맞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낙관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미소간에는 건너야할 강이 매우 깊다.
소련은 미국이 서구에 배치된 퍼싱, 크루즈미사일을 철거하기 전에는 전략무기 및 중거리핵무기제한협상 등 미소관계의 줄기가 되는 흥정에 계속 불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소련에 대해 군비경쟁을 강요함으로써 소련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계속한다는 「레이건」의 정책은 「레이건」에 대한, 소련의 뿌리깊은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소련을 폭격하겠다는 「레이건」의 최근 농담과 미공화당 강령에 담긴 강경한 반소조항에 대해 소련은 맹렬한 반발을 하고 있다.
그런 깊은 강이 일시에 메워질 수는 없겠지만 이번 회담은 최소한 「레이건」제2기에 두 강대국간의 대화를 틀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싱워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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