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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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쿤타 킨테의 나라」, 「뿌리의 나라」라면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갬비아는 사실 미국 작가「A·헤일리」의 인기소설『루츠』(뿌리)이후, 일약 유명해졌다. 미국 ABC-TV의 드라머『뿌리』도 바로 현지서 촬영했었다.
작가 자신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르포르타지 형식으로 쓴 이 소설의 주인공「쿤타·킨테」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인이다.
만딩고족 출신인 「킨테」는 고집스럽고 완고한 흑인으로 자신의 종족,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존심과 긍지가 높다. 그야말로 천신만고의 삶을 겪으며 노예선을 타고 미국으로 팔려와 그 후손은 오늘 미국의 작가까지 되었다. 이런 얘기는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갬비아」 란 나라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대륙의 서쪽 끝에 자리잡은 이 나라는 면적이 우리나라의 경기도보다 조금 크다. 인구는 80만명, 만딩고족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바로 이 나라의 「자와라」대통령이 내한하면서 서울 도심엔 적청녹백의 4색 기가 나부끼고 있다.
이 깃발만 봐도 오늘의 갬비아가 어떤 나라인지 알수 있다. 적색은 선린우호, 청색은 이 나라를 가로질러 대서양으로 흐르는 8백50km의 갬비아강, 녹색은 농업, 이 3색의 사이를 갈라놓은 백색의 띠는 갬비아강 양안의 도로를 의미한다. 모두 갬비아의 국운과 깊은 관계가 있는 심벌들이다.
최근의 화보를 보면 수도「반줄」에 있는 초등학교의 건물은 아직 서울 지하철 건설현장 가건물 사무실 모양이다. 시장은 우리나라 시골장날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의상만은 컬러풀하고 풍성해 풍채가 난다.
지난 1975년부터 이 나라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신산업(비농업), 의료, 교육 등에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 지금쯤은 갬비아의 면모도 일신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백달러 남짓. 이 나라 위정자들은 할 일이 많다.
지난 81년7월엔 북한군사요원이 가담한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정정이 긴장됐었다. 이웃 세네갈군의 출동으로 진압되었다. 그후 세네갈파는 연방국을 맺어 「세네갬비아」연방국의 대통령엔 세네갈의 「디우프」대통령이, 부통령엔 갬비아의 「자와라」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각기 주권은 지키고 있다.
16세기 이후 영국 식민치하에 있던 갬비아가 독립한 것은 1965년의 일이다. 이 나라 대통령이 마음놓고 멀리 한국에까지 나들이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은 정정이 안정된 것 같다. 우리로선 미지의 대륙아프리카의 귀빈을 맞는 반가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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