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김병현은 WS 필승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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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에서 이기기 위한 트레이드 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트레이드가 성사된 직후, 뼈있는 인터뷰를 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이기기 위한 트레이드는 '숙적' 뉴욕 양키스를 잡고 84년간의 한을 풀겠다는 의미다.

레드삭스는 오프시즌동안 양키스에게 비해 특별한 전력보강을 하지 못했다. '쿠바특급' 호세 콘트레라스(뉴욕 양키스)를 영입하기위해 스카우트를 급파, 양키스의 접근을 막기위해 호텔 한층을 통째로 빌리는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양키스의 심기를 건드려 콘트레라스는 물론이고, 바톨로 콜론(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영입에도 실패했다. 양키스가 레드삭스에서 공들이는 콜론의 영입을 방해하기 위해,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삭스로 방향을 선회하게 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집단 마무리'라는 기괴한 이론을 적용, 주전 마무리였던 우게스 우비나(현 텍사스 레인저스)를 내보내는 실수를 범했다. 집단마무리는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실패로 확인됐고, 현재는 신예 브랜든 라이언이 붙박이 마무리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는 고사하고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위해서는 마무리경험이 전무한 라이언에게 뒷문을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팀의 상징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부상자명단에 올라있고, '20승 투수' 데릭 로는 아직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팀 웨이크필드-케이시 포섬-존 버켓만으로는 투수력이 남아도는 양키스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무리투수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데릭 로가 마무리로 돌아갈 확률은 적다. 이미 레드삭스의 선발로테이션은 정상이 아니다. 또한 지난해 21승 8패 방어율 2.58의 활약을 보였던 투수를, 시즌초반 불펜으로 돌리는 것은 팀 내 잡음을 만들 가능성이 많다.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그런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선발이건 마무리건 상관없다"는 김병현 자신의 인터뷰처럼, 레드삭스로서는 김병현이 두 가지 모두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선발진이 구멍난 지금은 선발투수의 몫을, 포스트시즌에서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무리로의 활약을 바라고 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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