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침수 여기가 문제다<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에는 줄잡아 20여 개의 상습침수지역이 있다. 비만 오면 이들 지역의 집이 물에 잠기고 이재민이 나고 인명을 빼앗긴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대책을 미룬 채 내버려두었다가 똑같은 변을 되풀이 당한다. 이번 수재를 계기로 서울의 수방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성내천은 남한산성과 광주군 서부면에서 발원, 마천·오금 방이·성내·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전장12km의 하천. 폭 1백10∼1백50 m, 유역면적 66만평으로 평소에는 건천(건천)이나 하상이 낮아 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수해상습지역.
하천주변은 원래 논·밭이었으나 70년대 후반부터 강남 개발계획에 따라 일반주택 아파트 학교 상가 등이 들어서 주변상주인구가 4만2천 가구 20만 여명에 달한다.

<문제점>
성내천이 범람한 첫 번째 원인은 한강 쪽으로 나 있는 하구의 턱이 낮다는데 있다.
성내천 하구의 높이는 한강 인도교의 수위를 기준으로 13m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구 앞 한강물의 수위는 인도교 쪽보다 높기 때문에 인도교수위가 11m에 달할 때 18m까지 올라갔다.
성내천 하구높이보다 자그마치 5m나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성내천 물이 하구로 빠지지 못하고 한강 물에 밀려 역류, 성내교 상류의 북쪽 저지대로 흘러 넘친 것이다.
둘째는 한강에 접한 하구부분에 제방이나 댐· 갑문 등 한강물의 역류방지장치가 없었다는 점. 성내천 하구 폭에는 강변도로와 성내교가 있으나 강변도로는 하구의 높이와 비슷해 삽시간에 물이 넘쳤고 성내교는 갑문이 없는 다리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성내천상 하류를 막론하고 하천에 재대로 제방을 쌓지 않아 역시 범람을 막지 못했다.
새째는 성내천하상이 낮고 폭이 좁다는 점.
이 하천은 길이가 12km나되고 유역면적은 66만 평에 이르나 그 동안 거의 하천관리에 손을 쓰지 않아 부분적으로는 폐천에 가까울 정도로 내버려둬 하상과 주변 도로와의 높이가 2∼3m밖에 안 된다.
게다가 넓었던 하천 폭이 좁아져 평소에 작은 장마에도 물이 크게 불어나는 등 위험성이 항상 남아 있던 곳.
네째는 하구 북쪽에 있는 성내유수지가 이번 호우에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이 유수지는 유수 용량 4만8천t으로 6백50마력 짜리 6대가 있다.
그러나 1일하오 한강 물이 밀려들어오자 그대로 침수, 기계실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전기를 끊고 자진 철수하고 말았다.

<대책>
성내천 범람을 막는 가장 확실하고 튼튼한 방법은 한강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성내천 하구에 제방을 쌓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72년 대홍수 때도 똑같은 지적이 나왔고 토목학회에서도 건의한일이 있다. 제방을 쌓는다면 강변도로가 그 위로 나게되기 때문에 강변도로의 침수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제방을 쌓기에는 성내천이 너무 유량이 많은 하천이며 제방 밑으로 웬만큼 큰 하구를 내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토되고 있는 것이 하구와 성내교 사이 (8백m)에 높이 15m정도의 댐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올림픽경기장 건설계획에 맞춰 이곳에 댐을 세우고 성내천을 크게 개수, 호반을 만드는 계획을 가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성내천 하구에 댐 하나 만든다고 천재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댐을 만들어 한강물의 역류를 막는다 해도 성내천 상류의 물이 불어 저지대인 둔촌 풍납동 쪽으로 넘쳐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하류에 댐을 건설하는 것과 병행해 성내천 북쪽에 완벽하게 제방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하구에 한 개 또는 두개의 유수지를 만드는 것도 이번 기회에 검토돼야한다. 이번 비로 4만8천t규모의 성내유수지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반증됐기 때문이다. 유수지의 위치도 유수지자체는 낮아야 하나 배수가동시설은 결코 낮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큰 교훈이다.

<길진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