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상반된 새해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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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총리 "싸움은 인간의 숙명"

중 외교부 대변인 "화합의 외교 펼칠 것"

중국과 일본의 새해 다짐이 대조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싸움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의 입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은 "올해 중국의 외교 스타일은 화자위선(和字爲先.화합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새해 연휴를 즐기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2일 도쿄(東京) 시내의 한 극장에서 가부키(歌舞伎) '노부나가(信長)'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에 통일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심복의 쿠데타로 불에 타 숨진 비운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를 그린 것이다. 고이즈미가 평소 존경하는 인물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가부키 관람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가부키를 보고 향후 정국 운영의 힌트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어느 시대든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싸움에는 끝이 없다"고 답변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동아시아 패권 경쟁 등을 놓고 기존의 우경화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비해 중국 쪽은 외교적인 수사를 동원했다. 류 대변인은 3일 세계신문보(世界新聞報) 기고문에서 "중국의 발전은 평화로운 발전, 개방적인 발전, 협력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발전이 곧 세계의 행복"이라고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의 마찰 ▶이란 핵 문제▶유엔 개혁 문제 등을 외교 현안으로 거론했다. 중국은 요즘 미.일 동맹 강화, 일본의 지역 패권 추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는 단호한 자세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쏙 빼놓고 덕담 위주의 새해 다짐을 했다.

베이징.도쿄=유광종.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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