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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때마다 겪는 침수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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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비피해의 가장 큰 특깅은 약간의 호우에도 높고 낮은 지대를 막론하고 수도 서울의 곳곳이 물에 밤긴 「내수침수」 라는 점. 종전의 비피해는 대부분 저지대 피해였으나 고지대도 침수ㆍ도괴현상이 벌어졌는가 하면 수도권 전철이 침수돼 교통이 두절됐다.
서울의 도시계획을 우리손으로 30여년 해오면서 건설과 도시정비에만 신경을 썼을뿐 호우와 비피해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것이 이번 비피해로 증명됐다.
하수도 시설이 68%라고 하면서도 실제 땅밀의 하수관 관리가 엉망이어서 오히려 내수침수의 피해원인이 됐다.
도로개설에만 신겅을 쓰고 배수문제는 고려하지 않아 길이 강줄기처럼 수도가 돼버렸고 수도권 전철도 호우를 생각하지 않고 건설, 물에 잠기는 우를 범했다.
당국은 서울이 시간당 최대 강우량 50mm를 능히 견딜 수 있도록 도시계획이 돼있다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1일 상오 5시부터 6시 사이에 45.6mm, 6시부터 7시사이에 44. 7mm의 비가 내렸는데도 곳곳에서 침수 붕괴사고가 빚어졌다.
이것은 도로망· 주택· 상하수도· 한강관리 등이 50mm 비에 견딜 수 없음을 반증한 것으로 서울의 호우대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도로의 경우 크고 작은 도로마다 도로에 떨어지는 비가 잘 빠져나가도록 적절한 수의 빗물받이 구명을 내게 돼있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 빗물받이는 20m이상 도로에만 1백여m 간격으로 돼있으며 그나마 구멍이 작아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있다.
도로와 주택가에 있는 하수도관의 경우도 관의 크기가 작거나 막혀 물이 빠지기는 커녕 내수침수의 원인이 됬다. 하수관 곳곳에 설치돼있는 맨홀에서 오히려 물이 콸콸 솟아오르는 바람에 주변이 물바다가 된 것.
작년부터 하수도세를 연간 5백억원씩 거둬 들이고 있으나 사후약방문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강개발사업을 하면서 강바닥에서 끌어올린 모래를 강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바람에 하수관로의 배수를 만든 것도 내수침수의 원인. 한강양면에는 모두 1백 20여개의 배수구가 있으나 분류 하수관로 건설작업과 모래로 인해 배수구의 물이 잘 빠지지 못하고 오히려 역류현상까지 빚었다.
일부 저지대의 침수를 막기위해 서울시내에 28개의 유수지를 파고 물이 괴는대로 한강이나 하천으로 물을 퍼내게 돼있다. 그러나 이 역시 관리가 부실해 침수를 막지 못했다. 안양천· 홍제천·우이천등 주요하천변의 무허가건물 주변에는 특히 유수지가 필요했으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많은 이재민을 냈다.
이번 호우로 특히 수도권전철 곳곳이 물에 잠겨 운행이 중단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 교통에만 정신을 쏟아 호우에 선로가 잠길것을 예측못한 결과. 갑자기 닥친 호우이긴 하지만 당초 선로를 가설할때 호우에 대비해 지반을 높였다면 선로침수는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피해의 가장 큰 교훈은 재난에 대한 방심. 지난 77년 안동천 범람 후 한때 호우에 대한 기본대책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최근에는 우기가 지나 방심하고 있다가 호우에 기습당했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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