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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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는 어렸을 때 가끔 어른들을 따라 영화관에 가서 극적인 장면이 스크린에 전개되면 극장 안에 가득 차던 박수 소리를 아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한 채 성장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어느 학생이 착한 일을 했다거나 성적이 우수하여 상장을 받는다든지, 혹은 앞에 나가 노래라도 부르면 손바닥이 아픈 줄도 모르고 짝짝 소리내어 박수치던 일도 생각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힘찬 박수소리 듣기가 힘들어진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나역시 박수를 쳐야하는 기회가 주어겨도 몇번 손바닥을 가볍게 마주치다 흐지부지 해버리는, 박수에 인색한 여자가 되었다
각박한 생활 속에서 꽁꽁 고립돼가는 개인주의적인 고루한 생각의 지배를 받기 때문일까, 아니면 삶에 지쳐서 남의 일에 박수를 쳐 줄만한 여유조차 없는 것일까?
얼마 전 TV화면을 통해 LA올림픽 경기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진심의 성원이 담긴 힘찬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선수들은 박수소리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뛸수 있고 그로 인하여 올림픽의 분위기는 하늘 끝 만큼이나 고조되는 것 같았다
88년도면 우리들도 올림픽 주최국의 국민으로서 많은 외국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는 주인의 입장이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88서울을림픽」에대해 익히 알고 있지만 우리는 박수치는 일에 좀더 익숙해져야 될 것 같다 겉치레만의 올림픽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깊은 우애로써 함께 기뻐할 수 있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한국의 인상을 나눠 줄 수 있는 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더욱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하지 않읕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 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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