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개각 집단 반발 … 당·청 갈등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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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열린 2006년 청와대 신년인사회장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열린우리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청와대의 개각 발표 후 당.청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의원들은 격한 소리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패배 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신이냐"며 몰아붙였던 장면이 재현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판장을 돌리는가 하면 일부 의원은 공공연히 "탈당"까지 말하고 있다. 의원들의 서슬에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인 정세균 의장은 3일 의장직과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혀야 했다.

◆ 의원들 왜 이러나=의원들의 불만은 청와대가 정 의장을 갑자기 장관 후보로 발표한 것과,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밀어붙이려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핵심은 청와대가 국정 운영에서 당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반감이다. 이 반감은 중진과 초선을 가리지 않고 분출하고 있다. 2일 밤 열린 긴급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임채정 의원 등은 "당의 꼴이 이게 뭐냐"고 개탄했을 정도다.

특히 산업자원부 장관 전격 발표는 음모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말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 당 중진의원들은 2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이 정면승부를 벌일 경우 후유증이 크다는 걱정 속에 '정세균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논의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서둘러 정 의장을 산자부 장관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청와대가 당을 졸(卒)로 본다"고 했다. "시기적으로 급하지도 않은데 정 의장을 장관 후보로 발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란 것이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설에 대한 불만은 뿌리가 더 깊다. 이미 개각 하마평이 나돌 때부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총리에게 여러 경로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유시민 카드를 밀어붙이자 의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장선 의원은 "당의 상당수가 지금까지 반대 의사를 전달했으면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만일 청와대가 유시민 카드를 고집하면 탈당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종걸 의원 등은 의원들을 상대로 지난 2일 서명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 곤혹스러운 청와대=청와대는 당의 반발이 거세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가 없었다는 얘기는 와전됐다"면서도 "당과 충분히 상의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오는 5일 밤 열린우리당 지도부 21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유시민 의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관철시키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과 당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도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당과 협의를 해봐야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때문에 개각을 둘러싼 당.청 간 파열음은 일단 5일 밤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승희.김정욱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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