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지방서활발…대상도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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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비자보호법시행령 발효 2년…그후의 경향
공정거래법이 발효되고 소비자보호법시행령이 나온지 2년이 지났다. 이 두 법령은 20년간 지속돼온 소비자운동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밑받침이 됐다. 이후 소비자운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소비자운동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고발의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은 지방화와 품목의 다양화및 전문화』 라고 도영숙씨(소비자연맹 고발처리담당)는 말한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집계한 「84년도 상반기 고발접수및처리」 에 따르면 총 고발건수는1만9천1백38건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1.3%나 증가했다. 이는 특히 부산·대구·광주·대전등 지방 4개도시에서 전년도에 비해 1백2%나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고발이 지방에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2년전만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의료·약품, 주택·건축·보험·금융에까지 영역이 확대됐으며 광고·용역·계약문제까지 지적하고 있어 과거 품질·가격·계량이 문제됐던데 비해 전문화된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의 문턱은 높은 편. 박명귀씨 (한국부인회 소비자상담실) 는 『물품교환이나 환불은 대체적으로 잘 되고 있으나 「불량」 의 원인분석요구에는 냉담해 근원적인 대책이 모색되지 못한다』 고 비판한다. 즉 어떤 부분이 무슨 결함이 있어 제대로 작동하지않는지를 밝히지 않은채 처리되고 있어 품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식음료의 경우 고발물품을 검사하려는 기관도 드물어 원인규명의 어려움은 더욱 많다.
일례로 변질된 맥주를 소비자가 고발해 왔을때 개봉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데서도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 결국 제조회사측에 검사를 의뢰하는 난센스까지 빚어졌다고 박씨는 들려준다.
유통 과정상의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중의 하나. 냉장시설이 잘돼 있는 곳이라 해도 폐점시간∼개점시간 까지는 플러그를 꽂지 않는 곳이 태반이어서 이 안의 육가공 식품류는 보다 빨리 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냉장시설만을 믿고 잘 확인해보지도않은채 사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의 소비자운동은 권익 옹호와함께 책임의식이 강조돼야한다』 는게 육순연씨 (서울YWCA 사회문제부) 의 의견. 가전제품의 사용 설명을 잘 읽지않아 고장을 일으킨다든지, 계약서의 약관을 잘 보지않고 계약을 체결한다든지, 물품구입후 영수증을 받지않거나 품질표시를 잘 보지않고 세탁한다든지 하는 것등은 소비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육씨가 또하나 아쉬워하는 것은 개인과 직결된 문제가 아닐 경우 권익옹호를 위한 협력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가격자율화 이후 시장마다 품목별로 가격을 비교, 값싼 시장을 알려주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들의 활용도가 낮은 것이 그 좋은 예.
육씨는 『거리와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다하더라도 「비싼 물품은 소비자가 외면한다」 는 인식이 시장가에 정착되기까지는 부지런히 싼시장을 찾는 노력이 계속돼야만 바구니물가를 안정시킬수 있다』고 강조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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