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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디 자백보다 한가지 물증〃의 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찰 연천5백여명 동원
○…서울영천시장 참기름집 폭발사건은 열로 세상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은 아니지만 수사과정에서 백마디 자백보다 한가지 물증을 더 중요시하는 증거주의에 철저했다는 점에서 많은 후문을 남겼다.
경찰은 사건발생 53일동안 알리바이를 조작,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용의자를 강압수사하지않고 풀어놓은채 TV수사극중의 콜롬보형사처럼 증거를 고구마줄기처럼 캐내 사건을 해결했다해서 경찰스스로도 이례적인 인권수사로 자부.
이사건의 물증수사에 연1천5백여명의 경찰력이 동원(전담요원 30명)돼 용의자가 20년전에 살았던 서해 외딴섬까지 뒤졌으며 법원에 증거물 보전신청을 내고 두차례나 검찰에 구속지휘품신을 낸후에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보기드문 기록을 세웠던것.

<지휘검사 입회 증거채택>
○…경찰이 이 사건의 비중에 비추어 범인을 구속하기 위해 증거물보전신청을 한것은 이례적인것으로 지휘검사가 입회한 가운데 판사가 령천시장에 있는 용의자 박씨부인 가게에까지 나가 배전판에 묻은 페인트를 증거물로 채택.
○…폭발사건당일인 지난달 6일하오 경찰은 피해자 박병활씨(46·참기름집주인)의 진술에따라 평소 돈거래로 시비가 있었던 박광동씨(61)를 용의자로 연행했으나 박씨가 『폭발물이 터진 시간에 청량리시장의 커튼가게에 있었다』 는 알리바이를 내세워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자 하루만인 7일 박씨를 풀어준뒤 다시 증거물 수사에 착수.

<현장주변 3천가구 수색>
○…경찰이 박씨를 범인으로 확신하게된 물증은 사건현장에서 찾아낸 폭발물을 담았던 비닐봉지 (갈매기형 파도무늬) 로 이봉지는 박씨가게에서 30m 떨어진 하모씨의 비닐가게에서 만든것으로 박씨는 이봉지 1백장을 1천원에 사들였던것.
더욱 결정적인 물증은 폭발물의 전원판으로 쓰였던 베니어판에 묻은 연분훙색 페인트와 령천시장에 있는 용의자 박씨의 부인(40) 가게의 배전판에 묻은 폐인트의 색상· 성분·분사형태가 똑같다는 국립과학연구소의 감정결과.
경찰은 베니어판의 페인트를 찾기위해 박씨가 20년전에 살았던 경기도옹진군 서해안 외딴섬에 형사들을 보내 집안을 샅샅이 뒤졌고 사건현장주변의 주택등 3천여가구를 뒤져 박씨의 부인가게 전기스위치 배전판에 묻은 페인트를 찾아내기도.

<거짓말 탐지기서 〃양생〃>
○…증거수사 38일만인 지난13일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한 경찰은 법원에 증거물보전신청을 낸후 박씨를 다시 연행, 현장에서 발견된 건전지·용수철등 10여종류의 유류품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시험결과 박씨가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양성반응을 얻어낸것.
○…이같은 물증과 정황증거에도 용의자 박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자 일부 수사진들사이에 박씨를 「올라태우자(고문)」는 주장이 있었으나 경찰은 박씨의 알리바이를 깨기위한 목격자를 찾기 시작.
경찰은 사건현장주변을 누벼 박씨가 사건당일인 지난달 6일새벽 청량리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잠을 잤다는 알리바이와는 달리 같은날 상오3시25분께 사건현장에 나타났다가 5시께에 청량리로 돌아갔다는 목격자를 3명이나 찾아낸것.

<범인의 지병치료 친절도>
○…경찰은 결정적인 물증과 정황증거를 묶어 10일후인 지난 27일 검찰에 구속품신서를 내고 하루후인 28일 구속영장을 신청, 박씨를 구속.
이사건을 현장지휘한 서대문경찰서 배희선수사과장은 수사과정에서 용의자 박씨에게 욕설한번, 뺨 한차례 때린적이 없으며 고혈압증세의 용의자 박씨를 하루 세차례 병원에 모셔가는 (?) 친절을 베풀었다며 인권수사를 은근히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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