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멘토링·인문학강의 … ‘잠만 자는 기숙사’는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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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유아교육과 동아리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동화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순천향대]

지난 13일 오후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기숙사 1층 활동실. 유아교육과 연극동아리 ‘온앤스토리’의 1학년 여학생 8명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는 21일 인근 어린이집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옆방에서는 정보보호학과 학생 6명이 노트북을 켜놓고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배우고 있다. 이 학과 신입생이 만든 학습동아리 ‘씨크릿’ 멤버들이다. 이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박훈용(19·정보보호학과 1년)군은 “기숙사에 강의실 등 교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도서관이나 빈 강의실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 기숙사가 먹고 잠자는 곳에서 자기 계발과 미래 설계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동아리 활동이나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기숙사 공간을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순천향대는 기숙사에서 학습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공교수와 건강 지도교수들이 신입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 ‘토털 멘토링 시스템’과 ‘진로 설계 프로젝트’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체육·학술·봉사 분야 300여 개 동아리 활동도 기숙사에서 할 수 있게 했다.

 대학은 지난 3월 새로 개관한 기숙사에 무용실·음악실·운동실·창작실 등 각종 동아리 활동 공간과 세미나실·상담실 등을 갖췄다. 순천향대 신입생 2553명 중 74%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은 “강의실은 물론 교내 여러 공간에서 학생들이 교양과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이처럼 기숙사를 꾸몄다”고 말했다.

 선문대도 기숙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400여 명이 생활하는 기숙사 ‘성화학숙’은 지난달부터 정부나 기업 관계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외교부와 관세청·한국산업단지 공단 고위관계자들을 초청해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전문의에게 건강관리 관련 강좌를 듣기도 한다.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 기숙사에는 북카페인 ‘방하착(放下着)’이 있다. 방하착은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뜻이다. 북카페에서는 독서 토론과 영화 상영, 문화 공연, 문화작품 전시회들이 수시로 열린다. 예술 치료와 심리 상담을 하는 ‘마음 디딤 상담실’도 있다. 상담실에서는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은 학생이 또래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한다. 하준홍 한국기술교육대 생활관장은 “기숙사 북카페 등의 공간이 전교생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기숙사에서 원어민 강사와의 멘토링 수업과 토익 강좌, 체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대전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기숙사에서 독서 인증제, 시사토론, 토익 캠프 등 23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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