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견딜 수 없는 하변의 팻감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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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15보(178~191)= 박정환과 탕웨이싱은 이미 이 대국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좁혀진 국면에서도 유리한 흑이 물러서주지 않으면 백은 대책이 없다.

 초읽기 상황의 종반이라지만 세계정상급이 아니라도 프로들의 수읽기라면 어렵지 않게 꿰뚫을 수 있는 형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좌상귀 쪽 179는 중앙 백 대마를 추궁하는 수순을 점검하기 위한 초읽기 연장의 수단.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181로 젖혀 백 대마 사냥을 선언한다. 풀어주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186으로 끊고 187 때 188로 따내 패의 형태가 됐으나 이 패는 백이 이길 수 없다. 집이 많이 부족한 백은 어떤 대가로 치르지 않고 이겨야 하는데 흑은 어디서든 약간의 양보만 얻어내도 되는 이른바 ‘꽃놀이 패’다.

 게다가 흑은, 좌하귀 흑 대마와 얽힌 하변 백 대마를 조이는 수순들이 모조리 팻감이라 하변에 팻감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해둔 셈이니 이 패의 공방은 도저히 백이 감당할 수 없다(190…△, 191…▲). 결과도 그렇다. 60여 수를 더 버티던 박정환이 견디지 못하고 돌을 거뒀다. 191수 다음 줄임 흑 불계승.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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