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 「흐름의 일관성」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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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드라머를 이끌어 가는 요인중의 하나는 「흐름의 일관성」이다. 드라머가 일관성을 잃어버렸을 때 극의 내용은 갈피를 잡을수 없게되고 따라서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해에 혼선을 빚게 된다.
현대물을 다루는 드라머에서도 「흐름의 일관성」은 중요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극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극은 과거의 이야기를 과거라는 시제에 놓아두지 않고 현재로 풀어 진행시키기 때문에 흐름이 깨어져버릴 경우 메시지 전달에 더욱 심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20일 방영한 『설중매』의 압구정 묘사부분은 느닷없는 현 서울시 압구정동의 즐비한 고층아파트들을 비춰 보임으로써 지금까지의 흐름을 한 순간에 깨뜨려 버리고 말았다. 과거에 권세를 누렸던 한 사람의 정자위치가 현세에 있어서도 부귀를 누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가 돼 있다는 식의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나 조선왕조5백년의 역사에 있어서 과연 압구정이 극 전체의 분위기를 깨뜨리면서까지 묘사해야 할 정도로 비중이 큰 것인가에 있어서는 의문이 아닐수 없다. 더우기 극은 그회로 종결을 짓는것도 아니고 앞으로 그려나가야 할 왕대가 더욱 많이 남아있음을 생각할때 이것은 극작가·연출가의 「과도한 멋내기」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한 정자의 현판에 「압구정」으로 계속 틀린 글자가 고쳐지지 않은채 방영된 것도 스탭진들의 무신경이 그대로 드러나보이는 것 같아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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